루마니아 — 발칸의 거인

이 과정에서 가장 긴 강입니다.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규모가 다릅니다. 루마니아는 유럽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와인 생산국입니다. 발칸의 다른 나라들과 자릿수가 다릅니다.

둘째, 이야기가 두텁습니다. 필록세라가 재앙이 아니라 기회가 된 나라이고, 헝가리 토카이와 나란히 놓이는 귀부 와인을 가진 나라입니다.

셋째, 실제로 마실 수 있습니다. 와인소풍이 다루는 44종 가운데 27종이 루마니아산입니다. 이 강에서 배운 것이 곧바로 라벨 위에서 확인됩니다.

루마니아는 와인을 얼마나 만드나요?

「유럽 몇 위」를 말하려면 무엇을 기준으로 세는지부터 밝혀야 합니다. 포도밭 넓이로 세는 것과 만든 와인의 양으로 세는 것은 순위가 다릅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루마니아의 자리 앞에 있는 나라
포도 재배면적 EU 5위 스페인 · 프랑스 · 이탈리아 · 포르투갈
와인 생산량 EU 6위 이탈리아 · 프랑스 · 스페인 · 독일 · 포르투갈

주의

⚠️ 국내 자료에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독일 다음」이라고 적힌 것이 돌아다닙니다. 포르투갈이 빠져 있습니다. 포르투갈은 재배면적으로도 생산량으로도 루마니아 앞입니다. 「유럽 5대 생산국」이라는 말은 재배면적 기준일 때만 성립합니다. (2023~2024년 OIV 집계 기준)

이 축의 차이를 알아 두면 다른 나라를 볼 때도 쓰입니다. 면적이 넓다고 생산량이 많은 것이 아닙니다. 밭의 밀도, 수확량 제한, 식용 포도 비중이 사이에 끼어 있기 때문입니다.

숫자는 자료와 시점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그대로 병기해 두겠습니다.

항목 기준
포도 재배 면적 191,000ha 2020년 강의 자료
포도 재배 면적 188,000ha (재배면적 EU 5위 · 세계 10위권) 2026년 칼럼 자료
재배 포도 중 양조용 비율 93% 2020년 기준
연간 생산량 410만 hL 2025년 추산
국내 소비 비중 90~95% 2026년 기준
등록 와이너리 600곳 (2018년 시점 자료는 약 300곳) 2026년 기준

면적 감각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 비교를 하나 옮깁니다. 2020년 강의 기준으로 루마니아의 포도밭은 보르도 전체보다 넓고, 독일의 약 2배, 헝가리의 약 2.7배, 조지아의 약 3.5배입니다. EU 안에서는 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포르투갈 다음으로 넓습니다(2023년 OIV 재배면적 기준). 포도밭 넓이는 포르투갈과 거의 같은 자리이고, 생산량은 뉴질랜드를 조금 넘어서는 수준입니다(2023년 기준).

주의

⚠️ 위 숫자들은 집계 기관과 연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어느 하나를 절대값으로 외우기보다 「유럽 다섯 손가락 안, 포도밭 19만 ha 언저리」 정도로 기억하시는 편이 실용적입니다.

포도밭이 이렇게 넓은데 왜 우리는 몰랐나요?

만든 것의 90~95%를 자기들이 마시기 때문입니다.

이 한 줄이 루마니아 와인에 대한 가장 큰 오해를 풉니다. 수출이 적은 것은 만들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수가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1인당 연간 소비량은 약 23~25리터로 인용됩니다(2020년대 초 기준). 자료마다 값이 갈리므로 「스무 리터를 넘는다」 정도로 잡으시면 됩니다.

여기에 두 번째 이유가 겹칩니다. 20세기 후반의 40년 동안 루마니아 와인은 품질로 평가받는 자리에 있지 않았습니다. 계획경제 체제에서 양 중심의 벌크 와인 생산이 산업의 축이었습니다. 세계의 와인 지도가 그려지던 바로 그 시기입니다.

체제 전환은 1989년이고, EU 가입은 2007년입니다. 밭을 다시 심고 그 나무가 열매를 낼 때까지 다시 10년이 필요했습니다. 지금이 그 결과가 병에 담겨 나오는 시점입니다.

필록세라가 왜 「전화위복」이었나요?

이 강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19세기 후반 유럽 전역을 휩쓴 포도나무 해충 필록세라는 루마니아에도 왔습니다. 1880년 이후 포도밭이 광범위하게 황폐화됐습니다. 여기까지는 다른 나라와 같습니다.

다른 것은 복구의 방향이었습니다. 밭을 다시 심으면서 루마니아는 프랑스 품종을 대거 들여왔습니다. 그 결과 원래 있던 토착 품종 위에 국제 품종이 얹혀, 두 계통이 나란히 자라는 상태가 만들어졌습니다.

1880년 이전     토착 품종 중심
     ↓ 필록세라
1880년 이후     프랑스 품종 대량 식재
     ↓
오늘            토착 품종 + 국제 품종 공존

집필자는 이 상태를 「국제 와인 품종 전시장」이라고 부릅니다. 프랑스 사람은 프랑스 품종을, 독일 사람은 독일 품종을, 이탈리아 사람은 이탈리아 품종을 가지고 들어와 심었기 때문입니다.

이 구조가 왜 강점이 되는지는 파는 쪽이 아니라 사는 쪽에서 보면 분명합니다.

무엇이 가능해지나 설명
기준선 확보 아는 품종으로 이 산지의 성격을 먼저 읽을 수 있습니다
차별화 다른 데 없는 토착 품종이 같은 와이너리에 함께 있습니다
새로운 조합 토착 × 국제 블렌드라는, 이 나라에만 있는 스타일이 나옵니다

1989년 이후 들어온 외국 생산자들은 처음부터 자국 시장으로의 수출을 염두에 두고 밭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목표 품질을 자기 나라의 프리미엄 등급에 맞춰 잡았습니다. 낮은 지대와 인건비 위에 높은 목표를 세운 것이 지금 루마니아 와인의 가격 대비 품질을 만든 배경입니다.

데알루 마레는 왜 「보르도와 같은 위도」인가요?

루마니아 와인의 심장은 데알루 마레(Dealu Mare) 입니다.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남짓 거리에 있고, 루마니아의 기원이 된 다키아 왕국 시절부터 와인으로 가장 이름난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은 보르도와 같은 위도에 있습니다.

이 말은 자주 쓰이지만 오해도 자주 삽니다. 위도가 같다고 같은 와인이 나오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이런 뜻입니다.

위도가 보장하는 것 위도가 보장하지 않는 것
포도가 익는 데 필요한 일조량과 생육 기간 기후의 성격(해양성 / 대륙성)
늦게 수확해도 산도가 지켜지는 서늘한 가을 강수 · 일교차 · 토양

데알루 마레는 보르도와 위도는 같지만 대륙성입니다. 여름이 건조하고 일교차가 큽니다. 그래서 나오는 결과가 다릅니다. 낮에 당도가 오르고 밤에 산도가 지켜져, 과실 향은 충분히 익었는데 끝이 무겁지 않은 스타일이 됩니다.

알아두기

이 산지의 지형·토양·와이너리는 별도의 글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 데알루 마레, 루마니아 와인의 심장

표기에 주의하십시오. 국내 자료에 Duale Mare라고 적힌 것이 돌아다니는데 그런 산지는 없습니다. 정확한 표기는 Dealu Mare · 「데알루 마레」 이고, 루마니아어로 「큰 언덕」 이라는 뜻입니다.

루마니아의 산지는 어떻게 나뉘나요?

8대 지역으로 나눕니다. 여기에 다뉴브강을 낀 「다뉴브 테라스」를 별도로 세는 자료도 있습니다.

지역 위치 성격
데알루 마레 (문테니아) 카르파티아 남쪽 기슭 레드의 중심. 페테아스카 네아그라 최고 산지
트란실바니아 중부 고원 서늘하다. 화이트와 스푸만트의 성지
몰다비아 언덕 북동부 코트나리 — 귀부 와인의 고장
도브로제아 흑해 연안 (무르파틀라르) 흑해의 영향으로 온화
올테니아 남서부 (드라가샤니) 네구루 데 드라가샤니 · 크람포시에
바나트 서부 대규모 생산자 집중
크리샤나 북서부 카다르카 · 무스토아사 데 머데라트
마라무레슈 최북단 소규모 · 서늘한 기후
(다뉴브 테라스) 남부 강변 별도로 세기도 함

와인소풍이 다루는 27종은 전부 데알루 마레에서 옵니다. 라벨의 산지 표기를 확인해 보시면 예외 없이 그렇습니다.

루마니아 와인 등급은 어떻게 읽나요?

두 글자만 보시면 됩니다.

표기 개수
DOC 원산지 통제 명칭. EU의 PDO에 해당합니다 33개
IGP (IG) 지리적 표시. DOC보다 규정이 느슨합니다 12개

알아두기

※ 개수는 루마니아 포도재배·와인청(ONVPV) 등록 기준입니다. 등록은 수시로 갱신되며, 이 값이 어느 해의 집계인지는 원자료에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DOC 뒤에 수확 조건을 나타내는 표기가 더 붙기도 합니다.

표기
DOC-CMD 완전히 익었을 때 수확
DOC-CT 늦수확
DOC-CIB 귀부 포도 수확

라벨에 Dealu Mare DOC 라고 적혀 있으면 「데알루 마레에서 규정대로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알아두기

원산지 표기 체계 전반은 이 글에서 정리했습니다. → AOC · AOP · IGP, 라벨의 등급 표기 읽는 법

루마니아 토착품종 네 가지는 무엇인가요?

「페테아스카(Fetească)」로 시작하는 세 품종과, 향으로 이름을 얻은 한 품종입니다. 이 넷이 루마니아 토착 품종의 얼굴입니다.

Fetească는 루마니아어로 「소녀·여인」 이라는 뜻입니다. 뒤에 붙는 말이 색이거나 신분입니다.

품종 성격을 한 줄로
Fetească Neagră 페테아스카 네아그라 검은 여인 레드 벨벳 같은 탄닌. 「루마니아의 카베르네 소비뇽」
Fetească Albă 페테아스카 알바 하얀 여인 화이트 핵과일과 흰 꽃. 실크 같은 질감
Fetească Regală 페테아스카 레갈라 왕실 여인 화이트 산도가 높고 가벼운 탄닌감이 구조를 만든다
Tămâioasă Românească 타마이오아사 로마네아스카 향기로운 루마니아인 화이트 압도적인 아로마. 뮈스캇 계열

① 페테아스카 네아그라 — 검은 여인

루마니아 레드의 얼굴입니다. 전역에서 자라지만 데알루 마레에서 가장 우아하게 나온다는 평을 받습니다.

야생 자두·블랙베리·블랙체리의 진한 과실 향 뒤로 다크 초콜릿·정향·바닐라와 옅은 훈연이 따라옵니다. 탄닌이 벨벳처럼 부드럽고 여운이 깁니다. 드라이부터 스위트까지 만들 수 있고 숙성 잠재력이 큽니다.

「루마니아의 카베르네 소비뇽」이라 불리지만, 마셔 보면 카베르네만큼 각지지 않습니다. 보르도의 구조감에 부르고뉴의 우아함이 섞인 쪽에 가깝다는 것이 평자들의 표현입니다.

발칸 안에서 비교하면 위치가 잡힙니다. 세르비아의 프로쿠파츠보다 묵직하고 탄닌이 강합니다. 3강에서 프로쿠파츠를 다룰 때 이 문장을 다시 꺼내겠습니다.

알아두기

맛과 음식 궁합만 따로 정리한 글이 있습니다. → 페테아스카 네아그라는 어떤 맛인가

② 페테아스카 알바 — 하얀 여인

네아그라와 이름을 나눠 갖는 화이트입니다. 트란실바니아와 몰다비아, 그리고 국경 너머 몰도바에서 재배됩니다.

복숭아·살구 같은 핵과일에 섬세한 흰 꽃향이 얹히고, 목 넘김이 실크처럼 부드럽습니다. 가볍고 신선한 쪽입니다.

활용 폭이 넓다는 것이 이 품종의 강점입니다. 스틸 와인은 물론 스푸만트(스파클링)로도 쓰이고, 뒤에 나올 코트나리 귀부 와인의 블렌딩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한 품종이 드라이·스파클링·귀부 세 갈래에 모두 들어가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③ 페테아스카 레갈라 — 왕실 여인

루마니아에서 가장 많이 심는 화이트 품종입니다. 본향은 트란실바니아의 타르나베이고, 몰도바·헝가리·오스트리아·슬로바키아에서도 재배됩니다.

장미와 야생화, 갓 딴 사과와 살구의 향이 나고 산미가 기분 좋게 받쳐 줍니다. 이 품종의 특징은 화이트인데도 입안을 살짝 조이는 가벼운 탄닌감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구조를 만들어 줘서, 오크 숙성을 거치면 복합미가 잘 붙습니다.

알바와의 차이를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페테아스카 알바 페테아스카 레갈라
더 섬세하고 우아하다 장미 · 야생화 · 사과
질감 실크 같은 부드러움 가벼운 탄닌감 · 구조감
산도 신선 높다

핵심

계보는 확정돼 있습니다. 페테아스카 레갈라는 페테아스카 알바 × 프랑쿠샤(Frâncușă)의 자연 교배종입니다. 1920년경 트란실바니아 다네슈(Daneș)에서 발견되었고, 2013년 DNA 분석으로 부모 품종이 확인되었습니다. 국내 자료에 「그라사 데 코트나리 × 페테아스카 알바」라고 적힌 것이 함께 돌아다니는데, 이 설은 위 분석으로 반증되었습니다. 옛 자료에서 보시더라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④ 타마이오아사 로마네아스카 — 향기로운 루마니아인

이름 자체가 향입니다. 루마니아어 tămâie가 「향(incense)」을 뜻합니다. 이름값을 하는 품종입니다.

꿀과 인동초, 장미와 벌꿀 향이 잔에서 곧바로 올라옵니다. 주로 세미스위트나 디저트 와인으로 만듭니다.

집필자는 강의에서 이 품종을 「원조 뮈스캇」이라고 불렀습니다. 계통상으로 정확히 말하면 뮈스캇 블랑 아 프티 그랭(Muscat Blanc à Petits Grains)의 루마니아 클론입니다.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모스카토와 같은 계열이면서, 루마니아 원산이라는 점에서 차별화가 되는 셈입니다.

그리고 이 품종은 발칸 전체를 관통하는 계보의 루마니아 쪽 이름입니다.

나라 이름 어원
루마니아 Tămâioasă Românească 타마이오아사 로마네아스카 tămâie = 향
세르비아 Tamjanika 탐야니카 tamjan = 향
불가리아 Tamianka 타미얀카 같은 어원
북마케도니아 Temjanika 템야니카 같은 어원

그 밖의 토착 품종

품종 산지 특징
Grasă de Cotnari 그라사 데 코트나리 화이트 몰다비아 언덕 · 코트나리 귀부 와인의 주역. 꿀 · 호두 · 말린 무화과
Negru de Drăgășani 네구루 데 드라가샤니 레드 올테니아 짙은 보랏빛. 체리 · 피망 · 검은 후추
Crâmpoșie 크람포시에 화이트 올테니아 사과 · 배의 아삭한 산미와 강한 미네랄
Cadarcă 카다르카 레드 크리샤나 · 마라무레슈 옅은 루비. 후추와 산딸기. 세르비아 Kadarka와 같은 품종
Băbească Neagră 바베아스카 네아그라 레드 몰도바 접경 「할머니의 검은색」. 가볍고 과일 향이 풍부
Mustoasă de Măderat 무스토아사 데 머데라트 화이트 크리샤나 높은 산도. 식전주로 제격
Galbenă de Odobești 갈베나 데 오도베슈티 화이트 오도베슈티 지역 전통 품종

코트나리 귀부 와인은 어떻게 생겨났나요?

루마니아에도 귀부 와인이 있습니다. 그것도 헝가리 토카이와 나란히 놓이는 것이 있습니다. 몰다비아 언덕의 코트나리(Cotnari) 입니다.

집필자가 강의에서 정리한 탄생사는 「역사와 지정학이 가져다준 어부지리」 입니다. 흐름은 이렇습니다.

① 15세기, 몰다비아 공국 슈테판 대제 시기에
   헝가리 쪽 품종이 이 일대로 들어온다
        ↓
② 이후 국경이 다시 그어지며 옛 몰다비아 공국의 영역이
   루마니아 · 몰도바 · 우크라이나로 나뉜다
        ↓
③ 그 포도밭이 있던 코트나리가 루마니아 쪽에 남는다

국경이 움직였고 포도밭은 그대로 있었습니다. 1강에서 말씀드린 발칸의 원리가 여기서도 그대로 작동합니다.

주의

⚠️ 시간 순서를 조심하십시오. 「몰다비아 군주가 토카이 와인을 좋아해서 품종을 가져왔다」는 식으로 소개되는 자료가 있는데, 오늘날의 토카이 아슈는 1600년대 중반 이후에 성립한 스타일입니다. 15세기 군주가 그 술을 마셨을 수는 없습니다. 옮겨 온 것은 완성된 와인이 아니라 품종입니다.

코트나리 와인은 그라사 데 코트나리를 주축으로 페테아스카 알바 · 프랑쿠샤 · 타마이오아사 로마네아스카를 함께 쓰는 네 품종 아상블라주가 전통입니다. 품종 이름이 다르고 만드는 방식은 토카이와 거의 같습니다. 꿀과 호두, 말린 무화과의 농밀한 단맛에 산도가 받쳐 줘서 느끼하지 않습니다. 15세기부터 기록이 남아 있고, 몰다비아 공국의 슈테판 대제(스테판 3세, 재위 1457~1504)가 아꼈다고 전해집니다. 현지에서는 「코트나리의 황금」 이라 부릅니다.

핵심

주축 품종인 그라사 데 코트나리 자체가 헝가리 푸르민트가 이 땅에서 현지화한 것이라는 통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품종이 다르다」는 말도 절반만 맞는 셈입니다. 다만 이 계보 역시 자료에 따라 갈리므로 확정해 적지 않습니다.

세계의 귀부 와인은 어떻게 비교되나요?

흔히 세계 3대 귀부 와인으로 프랑스 소테른, 독일 TBA, 헝가리 토카이를 꼽습니다. 집필자는 여기에 루마니아 코트나리를 넣어 넷으로 봅니다.

프랑스 독일 헝가리 루마니아
지역 보르도 · 소테른 전역 (TBA) 토카이 (Tokaji Aszú) 코트나리
품종 세미용 · 소비뇽 블랑 · 뮈스카델 리슬링 등 푸르민트 중심 + 하르슐레벨뤼 · 뮈스캇 블랑 등 그라사 데 코트나리 중심 + 페테아스카 알바 · 프랑쿠샤 · 타마이오아사 로마네아스카
탄생 경위 수확을 미루는 사이 곰팡이가 슬어 발견됐다는 설(1836년설 · 1847년설) 1775년 라인가우 슐로스 요하니스베르크에서 수확 허가를 알리는 전령이 14일 늦어져 생겼다고 전해짐 1600년대 중반, 수확을 미뤘다가 건포도화된 포도로 만든 데서 시작 15세기에 품종이 도입된 뒤, 국경이 나뉘며 루마니아에 남음
잔당 참고값 120g/ℓ 안팎 (80~160) 최소 150g/ℓ (실제로는 200g/ℓ 이상이 흔함) 2013년 규격 개정 이전 등급별 60~180g/ℓ · 현행 아슈는 최소 120g/ℓ

알아두기

슐로스 요하니스베르크의 1775년은 늦수확(슈페트레제)이 생긴 해입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아우스레제·베렌아우스레제·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TBA)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1787년입니다. 국내 자료에서 두 연도가 자주 뒤바뀝니다.

잔당 값은 범위로 보셔야 합니다. 소테른은 생산자와 빈티지에 따라 80~160g/ℓ 사이에서 움직이고, 독일 TBA의 150g/ℓ은 대표값이 아니라 법정 최소 기준입니다.

「아슈(Aszú)」는 「말린·건포도화된」이라는 뜻입니다. 토카이는 전통적으로 푸토뇨시(puttonyos) 라는 나무통을 기준으로 등급을 나눴습니다. 여기서 흔히 틀리는 대목이 둘 있습니다.

첫째, 푸토니는 부피가 아니라 무게 단위입니다. 25kg들이 통이고, 25리터가 아닙니다.

둘째, 역사적 등급은 36이었지 16이 아니었습니다. 136리터짜리 괸츠(gönc) 통에 이 25kg 통이 몇 개 들어갔는가로 3·4·5·6 푸토뇨시를 매겼습니다. 2013년 제품규격 개정으로 3·4 푸토뇨시 표기가 폐지되었고, 지금은 잔당 120g/ℓ 이상만 아슈로 분류합니다. 토카이 아슈의 병 용량이 750ml가 아니라 500ml인 것도 알아 두면 매장에서 헷갈리지 않습니다.

주의

⚠️ 「세계 3대」류의 표현은 공인된 등급이 아닙니다. 널리 쓰이는 관용적 분류이고, 세는 방식에 따라 목록이 달라집니다. 코트나리를 넷째로 넣는 것은 집필자의 견해임을 밝혀 둡니다.

그 밖에 알아 둘 것 — 루마니아 스푸만트

루마니아에도 스파클링 와인 전통이 있습니다. 현지에서는 스푸만트(Spumant) 라고 부릅니다.

문테니아와 트란실바니아 접경의 한 생산자가 1892년에 설립되어, 전통방식 스푸만트를 끊김 없이 생산해 온 루마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곳입니다. 양차 대전 사이(1920년대)에는 왕실 공식 납품처가 되었습니다. 서늘한 트란실바니아가 이 분야의 중심입니다.

주의

⚠️ 「루마니아 최초의 스파클링」은 이곳이 아닙니다. 기록상 루마니아 최초의 스파클링 와인은 1841년 이아시에서 이온 이오네스쿠 데 라 브라드(Ion Ionescu de la Brad)가 만든 것으로 전해집니다. 1892년 설립된 이 생산자는 「최초」가 아니라 **「지금까지 끊기지 않고 이어진 가장 오래된 곳」**입니다. 두 표현은 다릅니다.

알아두기

「샴페인」이라는 말은 프랑스 상파뉴 지방의 원산지 명칭입니다. 다른 나라의 스파클링 와인에는 쓰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루마니아는 스푸만트, 이탈리아는 스푸만테, 스페인은 카바입니다.

현장 노트 — 제가 본 루마니아 와이너리

숫자만으로는 잘 전해지지 않는 대목이 있어, 직접 본 것을 옮깁니다.

제가 돌아본 한 루마니아 와이너리는 영국·호주를 포함한 네 나라 사람들이 함께 투자한 곳이었습니다. 투자자가 여럿이고 출신이 제각각이니 만드는 와인의 종류도 대단히 다양했습니다. 그런데 값이 비싸지 않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낮은 원가 위에 높은 목표」가 실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눈으로 본 셈입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케팅 쪽이었습니다. 뱀파이어의 나라답게 라벨에 뱀파이어를 새겨 넣었는데, 휴대폰을 갖다 대면 라벨의 박쥐들이 날아가는 영상이 나왔습니다. 증강현실(AR) 라벨입니다. 2020년 강의 시점 기준으로도 흔한 시도가 아니었습니다.

핵심

여기서 읽어야 할 것은 기술이 아닙니다. 이 나라의 와이너리들이 처음부터 국제 시장을 보고 만들어졌다는 사실입니다. 내수용으로 만들었다면 굳이 이런 것을 붙일 이유가 없습니다.

한국에서 루마니아 와인은 어떻게 구하나요?

물량은 적지만 들어옵니다. 대형 마트에서 보기 어려운 것은 품질 때문이 아니라 유통망이 아직 만들어지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와인소풍이 다루는 44종 중 27종이 루마니아산이고, 전부 데알루 마레 산지입니다. 이 강에서 배운 품종을 그대로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루마니아 와인 전체 보기 · 레드 와인 · 화이트 와인

순서를 권해 드리면 이렇습니다. 먼저 국제 품종 한 병으로 이 산지의 성격을 잡으십시오. 그다음 페테아스카 네아그라로 토착 레드의 얼굴을 보고, 마지막에 타마이오아사 로마네아스카로 향의 계보를 확인하시면 됩니다. 세 병이면 루마니아의 지도가 대략 그려집니다.


이 강의 요점

  1. 루마니아는 재배면적 기준 EU 5위, 생산량 기준 EU 6위다. 「몇 위」를 말할 때는 무엇을 기준으로 세는지를 함께 밝혀야 한다. 포도밭 19만 ha 언저리(2020년 191,000ha · 2026년 약 188,000ha)로 보르도 전체보다 넓다. 그런데 만든 것의 90~95%를 자국에서 소비해 밖에서 보이지 않았다.
  2. 1880년 필록세라는 전화위복이었다. 복구 과정에서 프랑스 품종을 대거 심으면서 토착 품종과 국제 품종이 공존하게 됐고, 집필자는 이를 「국제 와인 품종 전시장」 이라 부른다.
  3. 데알루 마레는 보르도와 같은 위도에 있다. 다만 대륙성이라 결과가 다르다 — 익은 과실감과 지켜진 산도가 한 병에 있다. 와인소풍 27종 전부가 이 산지다.
  4. 토착 품종 넷을 기억하면 된다. 페테아스카 네아그라(레드) · 알바 · 레갈라 · 타마이오아사 로마네아스카. 등급은 DOC 33개 · IGP 12개만 알면 라벨이 읽힌다.
  5. 코트나리는 국경이 만든 귀부 와인이다. 15세기에 헝가리 쪽 품종이 옮겨 심긴 뒤 국경이 다시 그어지며 루마니아에 남았다. 「세계 3대 귀부 와인」에 코트나리를 더해 넷으로 보는 것은 집필자의 견해다.

이어서 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