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의 특급 와인 — 1855년에 멈춘 등급표
보르도 등급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면서 가장 이상한 등급표입니다.
1855년에 만들어져 지금도 그대로 쓰입니다. 그동안 바뀐 것은 단 한 건입니다. 그리고 이 표에는 오늘날 보르도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 와인 몇 개가 아예 들어 있지 않습니다.
2강에서 본 땅과 품종 이야기 위에, 이 강에서는 사람이 만든 서열을 얹습니다. 순서가 이렇게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등급은 땅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거래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주의
⚠️ 먼저 밝혀 둡니다. 이 강은 등급 제도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무엇을 뜻하는지를 다룹니다. 특정 와인의 값이 오를지 내릴지, 무엇을 사 두면 좋을지는 다루지 않습니다. 와인을 자산으로 보는 관점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에서 시장 구조만 설명해 두었습니다. → 와인 투자라는 말 — 시장 구조부터 봅니다
1855년 등급은 왜 만들어졌나요?
파리 만국박람회 때문입니다.
1855년 파리에서 만국박람회가 열렸습니다. 프랑스는 자국 와인을 소개해야 했고, 「어느 것이 좋은 와인인가」를 외국 손님에게 설명할 기준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누가 정했느냐가 이 등급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보르도의 중개상과 쿠르티에(courtier) 연합이 선정했습니다. 소믈리에도, 심사위원도, 정부 기관도 아니었습니다. 와인을 사고파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이 무엇을 기준으로 삼았는가. 이 대목이 중요합니다. 당시의 거래 가격입니다. 몇 십 년간의 시장 가격 기록을 근거로 서열을 매겼습니다.
1855년 등급의 성격
맛의 심사가 아니다
↓
당시까지 축적된 거래 가격의 정리다
↓
그래서 「시장이 이미 매긴 순위를 문서로 옮긴 것」에 가깝다
2강에서 본 흐름이 여기로 이어집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매립으로 메독에 밭이 생겼고, 1850년대에 메독에 거대한 샤토들이 들어섰습니다. 집필자의 표현으로 「와이너리 소유는 부호들의 액세서리로 유행」했고, 그 직후에 등급표가 나왔습니다.
1855년 등급에는 몇 개가 들어 있나요?
오늘날 기준으로 레드 61개 샤토입니다.
| 항목 | 값 |
|---|---|
| 총 샤토 수 | 61개 |
| 이 중 메독 | 60개 |
| 이 중 그라브 | 1개 (샤토 오 브리옹) |
알아두기
※ 1855년 당시 목록에 오른 것은 58개였고, 이후 소유지 분할로 오늘날 61개가 되었습니다. 새로 편입된 것이 아니라 하나가 둘로 나뉜 결과입니다.
등급별 개수는 이렇습니다.
| 등급 | 샤토 수 |
|---|---|
| 1등급 (Premiers Crus) | 5 |
| 2등급 (Seconds Crus) | 14 |
| 3등급 (Troisièmes Crus) | 14 |
| 4등급 (Quatrièmes Crus) | 10 |
| 5등급 (Cinquièmes Crus) | 18 |
메독 60개가 어느 마을에 있는지도 함께 보십시오. 2강에서 외운 마을 이름 넷이 여기서 쓰입니다.
| 마을 | 샤토 수 |
|---|---|
| 마고 (Margaux) | 21 |
| 포이약 (Pauillac) | 18 |
| 생쥘리앵 (Saint-Julien) | 11 |
| 생테스테프 (Saint-Estèphe) | 5 |
| 오메독 (Haut-Médoc) | 5 |
이 61개 샤토가 보르도 전체 생산량의 약 25%, 매출액의 약 40%를 차지합니다(2021년 집필자 강의 자료 기준). 수량보다 금액 비중이 크다는 사실이 이 표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1등급은 왜 처음에 넷이었나요?
1855년 당시 1등급은 네 개였습니다.
| 1855년 1등급 |
|---|
| 샤토 라피트 로칠드 (포이약) |
| 샤토 라투르 (포이약) |
| 샤토 마고 (마고) |
| 샤토 오 브리옹 (그라브) |
다섯 번째는 118년 뒤에 들어왔습니다.
샤토 무통 로칠드는 1855년에 2등급이었습니다. 1973년에 1등급으로 승격되었습니다. 이것이 1855년 이후 이 표에서 일어난 유일한 변경입니다.
알아두기
무통 로칠드는 2강에서 이미 한 번 나왔습니다. 1924년
Mis en bouteille au Château를 처음 도입한 샤토가 이곳입니다. 등급표를 바꾼 유일한 사례와, 병입 관행을 바꾼 사례가 같은 곳이라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합니다.
집필자가 함께 짚은 숫자가 하나 더 있습니다. 등급이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소유주가 바뀌지 않은 샤토는 61개 중 두 곳뿐입니다(2021년 집필자 강의 자료 기준). 등급은 고정돼 있었지만 주인은 계속 바뀌었다는 뜻입니다.
「슈퍼 세컨드」는 무엇인가요?
등급표에는 없는 말입니다. 시장에서 생긴 표현입니다.
1등급은 아니지만 품질에서 그에 근접한다고 평가받는 2등급 샤토들을 가리킵니다. 집필자가 강의에서 예로 든 곳은 다음과 같습니다.
핵심
코스 데스투르넬 · 피숑 바롱 · 피숑 랄랑드 · 팔메 · 레오빌 라스카즈 · 랭슈 바주
이 말이 생겼다는 사실 자체가 등급표의 한계를 보여 줍니다. 170년 동안 표가 고정되어 있으니, 그동안 달라진 것을 표현할 말이 표 바깥에서 생겨난 것입니다.
주의
⚠️ 「슈퍼 세컨드」는 공식 분류가 아닙니다. 목록도 말하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세컨드 와인은 무엇인가요?
같은 샤토가 만드는 두 번째 라인입니다.
최상급 와인(그랑 뱅, Grand Vin)에 넣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된 원액으로 만듭니다. 어린 나무의 포도, 기대에 못 미친 구획의 포도가 여기로 갑니다.
1등급 다섯 곳의 그랑 뱅과 세컨드 와인은 이렇게 짝을 이룹니다.
| 그랑 뱅 (Grand Vin) | 세컨드 와인 (Second Vin) |
|---|---|
| Château Mouton Rothschild | Le Petit Mouton de Mouton Rothschild |
| Château Lafite Rothschild | Carruades de Lafite |
| Château Margaux | Pavillon Rouge du Château Margaux |
| Château Latour | Les Forts de Latour |
| Château Haut-Brion | La Clarence de Haut-Brion |
세컨드 와인이 존재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 이유 | 설명 |
|---|---|
| 품질 관리 | 그랑 뱅에 들어갈 것을 엄격히 고를수록 그랑 뱅의 수준이 유지됩니다 |
| 판로 | 걸러낸 원액을 버리지 않고 별도 상품으로 만듭니다 |
소비자 입장에서는 세컨드 와인이 그 샤토의 성격을 만나는 통로가 됩니다. 같은 밭, 같은 팀, 같은 양조 철학이면서 선별 기준만 다릅니다.
1855년 등급 말고 다른 등급도 있나요?
있습니다. 보르도에는 서로 다른 시기에 만들어진 등급이 여럿입니다. 이것이 보르도 등급이 복잡해 보이는 진짜 이유입니다.
| 등급 | 제정 연도 | 대상 |
|---|---|---|
| 메독 그랑 크뤼 클라세 | 1855년 | 메독 (+ 그라브 1) |
| 소테른 · 바르삭 | 1855년 | 스위트 화이트 |
| 크뤼 부르주아 | 1932년 | 메독의 등급 외 샤토 |
| 생테밀리옹 | 1955년 | 우안 |
| 그라브 | 1959년 | 좌안 남부 |
| 크뤼 아르티장 | 2006년 | 소규모 생산자 |
알아두기
※ 2021년 집필자 강의 자료 기준입니다.
여기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주의
🔴 포므롤(Pomerol)에는 등급 제도가 없습니다.
보르도 우안의 포므롤은 위 목록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샤토 페트뤼스와 샤토 르 팽이 나옵니다. 세계 와인 경매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이름들입니다.
등급이 없는데도 그렇습니다. 이 사실이 등급표의 성격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 줍니다. 등급은 특정 시점의 시장을 기록한 문서이지, 품질의 절대 척도가 아닙니다.
집필자가 강의에서 「보르도의 명가」로 함께 묶어 소개한 이름들을 등급 체계별로 정리하면 이렇게 갈립니다.
| 와인 | 어느 체계에 속하나 |
|---|---|
| 1등급 5대 샤토 | 1855년 메독 등급 |
| 샤토 페트뤼스 · 샤토 르 팽 | 포므롤 — 등급 없음 |
| 샤토 슈발 블랑 · 샤토 오존 · 샤토 파비 · 샤토 앙젤뤼스 | 생테밀리옹 등급 |
| 샤토 디켐 | 소테른 등급 |
소테른 등급은 어떻게 되나요?
1855년에 메독과 함께 만들어졌습니다. 대상은 가론 강 상류의 소테른과 바르삭, 곧 스위트 화이트 산지입니다.
여기에는 메독에 없는 자리가 하나 있습니다.
| 등급 | 내용 |
|---|---|
| 프리미에 크뤼 쉬페리외르 (Premier Cru Supérieur) | 단 한 곳. 샤토 디켐 |
| 프리미에 크뤼 (1등급) | 복수 |
| 되지엠 크뤼 (2등급) | 복수 |
1등급 위에 한 칸을 더 만들어 한 곳만 올려놓은 구조입니다. 소테른·바르삭을 합쳐 총 27개 샤토가 등급에 들어 있습니다.
소테른의 스위트 화이트는 귀부(貴腐) 와인입니다. 4강에서 본 알자스 SGN, 헝가리 토카이와 함께 「3대 귀부 와인」으로 자주 묶입니다. 품종은 2강에서 본 대로 세미용·소비뇽 블랑·뮈스카델입니다.
생테밀리옹 등급은 왜 계속 바뀌나요?
1855년 등급이 한 번밖에 안 바뀐 것과 정반대입니다.
생테밀리옹 등급은 1955년에 제정되었고, 약 10년마다 다시 심사합니다. 등급이 오르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합니다. 심사를 거부하고 등급 밖으로 나간 곳도 있습니다.
두 체계의 성격이 이렇게 갈립니다.
| 1855년 메독 등급 | 생테밀리옹 등급 | |
|---|---|---|
| 제정 | 1855년 | 1955년 |
| 갱신 | 사실상 없음 (1973년 1건) | 약 10년마다 재심사 |
| 장점 |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합니다 | 현재의 상태를 반영합니다 |
| 단점 | 170년 전 시장을 반영합니다 | 심사 때마다 분쟁이 생깁니다 |
알아두기
생테밀리옹 등급의 구조와 「그랑 크뤼」 표기가 네 겹으로 붙는 이유는 별도의 글에서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 — 「그랑 크뤼」가 네 겹으로 붙는 이유
등급표를 어떻게 읽어야 하나요?
세 가지를 함께 두시면 됩니다.
첫째, 등급은 시장의 기록이지 심사 결과가 아닙니다. 1855년 등급은 당시 거래 가격을 정리한 문서입니다.
둘째, 등급은 산지마다 따로 있습니다. 메독 등급과 생테밀리옹 등급과 그라브 등급은 서로 다른 체계이고, 서로 비교할 수 없습니다. 「생테밀리옹 프리미에 그랑 크뤼가 메독 몇 등급에 해당하는가」 같은 질문에는 답이 없습니다.
셋째, 등급이 없는 산지가 있습니다. 포므롤이 그렇습니다. 라벨에 등급 표기가 없다고 등급 밖의 와인이 아닙니다.
그리고 실용적인 이야기를 하나 덧붙이겠습니다.
보르도 와인 사업은 두 갈래입니다. 2강에서 본 대로 샤토 와인과 브랜드 와인입니다. 등급 이야기는 전자에만 해당합니다. 보르도에서 만들어지는 와인의 대부분은 등급표와 무관하게 만들어지고 팔립니다.
와인소풍이 다루는 보르도 두 종도 등급 체계 밖의 앙트르되메르 AOC입니다.
**「등급이 없으니 아래」가 아니라 「다른 자리」**입니다. 앙트르되메르는 두 강 사이의 넓은 구역이고, 등급표가 만들어진 1855년의 관심사 밖에 있었을 뿐입니다.
알아두기
점수와 등급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는 별도의 글에서 정리했습니다. → 와인 점수 100점 만점은 무엇을 재는가
→ 프랑스 와인 전체 보기 · 레드 와인 · 소고기와 어울리는 와인
이 강의 요점
- 1855년 등급은 파리 만국박람회를 앞두고 보르도의 중개상과 쿠르티에가 당시 거래 가격을 근거로 정리한 것이다. 맛의 심사가 아니라 시장이 이미 매긴 순위를 문서로 옮긴 것에 가깝다.
- 오늘날 레드 61개 샤토(메독 60 + 그라브 1)가 들어 있다. 1855년 당시 목록은 58개였고 소유지 분할로 늘었다. 등급별로는 1등급 5 · 2등급 15 · 3등급 14 · 4등급 10 · 5등급 18이다.
- 1등급은 원래 넷이었다. 라피트 로칠드·라투르·마고·오 브리옹. 무통 로칠드는 1973년에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라왔고, 이것이 1855년 이후 유일한 변경이다.
- 포므롤에는 등급 제도가 없다. 그런데 페트뤼스와 르 팽이 그곳에서 나온다. 등급은 특정 시점의 시장 기록이지 품질의 절대 척도가 아니다. 보르도에는 1855년 메독·소테른, 1932년 크뤼 부르주아, 1955년 생테밀리옹, 1959년 그라브, 2006년 크뤼 아르티장이 각각 따로 있고 서로 비교할 수 없다.
- 생테밀리옹은 약 10년마다 등급을 다시 심사한다. 1855년 등급이 사실상 멈춰 있는 것과 정반대다. 안정성과 현재성 중 무엇을 택하느냐의 차이이지 어느 쪽이 옳은 것이 아니다.
이어서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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