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남부와 섬 — 화산과 그리스가 남긴 것

이탈리아에서 포도가 가장 먼저 들어온 곳이 남부입니다. 그런데 가장 늦게 알려졌습니다.

1강에서 본 외노트리아, 곧 「와인의 땅」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고대 그리스인이었습니다. 그리스인이 처음 상륙한 곳이 남부와 시칠리아입니다. 이 일대는 그리스 식민지가 밀집했던 곳이고, 그 시기의 흔적이 품종 이름에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20세기 내내 남부 와인은 벌크 와인의 공급지로 취급되었습니다. 뜨겁고 건조해 포도가 잘 익으니, 북쪽 와인에 색과 알코올을 보태 주는 원액을 대는 자리였습니다.

이 강은 그 자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봅니다.

남부의 품종 이름에 그리스가 남아 있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이름을 소리 내어 읽어 보면 보입니다.

품종 이름에 남은 것
그레코 (Greco) 이름 자체가 「그리스의」 입니다
그레카니코 (Grecanico) 시칠리아. 역시 그리스 계열의 이름입니다
알리아니코 (Aglianico) 「헬레니코(Hellenico)」, 곧 「그리스의」에서 왔다는 설이 널리 인용됩니다

주의

⚠️ 알리아니코의 어원은 확정된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어 유래설이 가장 널리 인용되지만 스페인어 유래설도 있습니다. 「그렇게 전해진다」 정도로 받아들이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1강에서 말씀드린 사실 하나를 여기서 다시 꺼내겠습니다. 베네토 소아베의 주품종인 가르가네가와 시칠리아의 그레카니코 도라토같은 품종입니다. 이탈리아의 북쪽 끝과 남쪽 섬이 같은 포도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품종이 같아도 이름이 다르고, 이름이 다르면 다른 와인처럼 취급된다 — 이것이 이탈리아 와인의 다양성이 강점이자 약점이라고 한 이유입니다.

캄파니아는 왜 남부의 중심인가요?

나폴리가 있는 주이고, 남부에서 DOCG가 가장 많습니다.

캄파니아에는 DOCG가 네 개입니다. 레드 둘, 화이트 둘로 균형이 잡혀 있습니다.

DOCG 품종 승격
타우라시 (Taurasi) 레드 알리아니코 1993년 (DOC는 1970년)
알리아니코 델 타부르노 레드 알리아니코
피아노 디 아벨리노 (Fiano di Avellino) 화이트 피아노 2003년
그레코 디 투포 (Greco di Tufo) 화이트 그레코 2003년

남부에 화이트 DOCG가 둘이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남쪽은 덥고 레드만 나온다」는 인상과 다릅니다. 아펜니노 산맥 안쪽의 아벨리노 일대는 고도가 있어 서늘합니다. 산 안쪽에 들어간 서늘한 구역에서 화이트가 나옵니다.

**타우라시에는 별칭이 있습니다. 「남부의 바롤로」**입니다.

바롤로 (피에몬테) 타우라시 (캄파니아)
품종 네비올로 알리아니코
성격 탄닌이 강하고 산도가 높습니다 탄닌이 강하고 산도가 높습니다
성숙 만생종 만생종. 11월까지 수확이 늦어지기도 합니다
숙성 장기 장기

주의

⚠️ 「남부의 바롤로」는 관용적인 별칭이지 공식 분류가 아닙니다. 두 품종은 계보상 관계가 없습니다.

알리아니코는 화산 토양에서 자랍니다. 캄파니아의 베수비오, 그리고 이웃 바실리카타의 몬테 불투레가 그 무대입니다.

바실리카타(Basilicata) 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작고 인구가 적은 주 중 하나인데, Aglianico del Vulture Superiore DOCG 하나로 이름을 지키고 있습니다. 1강에서 본 이름 읽는 공식 그대로입니다 — 「불투레에서 알리아니코로」.

풀리아는 왜 프리미티보의 땅인가요?

이탈리아의 「구두 뒤꿈치」에 해당하는 주입니다. 평지가 많고 뜨겁고 건조합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이탈리아 최대의 벌크 와인 공급지였습니다.

지금은 두 품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품종 특징
프리미티보 (Primitivo) 조생종. 이름 Primitivo가 라틴어 계열로 **「일찍 익는」**을 뜻합니다. 짙은 색, 높은 알코올, 잘 익은 검은 과실
네그로아마로 (Negroamaro) negro(검은) + amaro(쓴). 색이 짙고 끝에 쌉쌀한 결이 있습니다

풀리아의 DOCG로는 Primitivo di Manduria Dolce Naturale(프리미티보 100%의 스위트 레드)과 카스텔 델 몬테 계열이 있습니다.

프리미티보와 진판델은 같은 품종인가요?

네, 같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발칸까지 이어집니다.

2001년 12월, UC 데이비스의 캐롤 메러디스 박사가 크로아티아 연구진과 함께 DNA 분석으로 확인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Zinfandel
      =
풀리아의     Primitivo
      =
크로아티아의  Crljenak Kaštelanski
      =
크로아티아의  Tribidrag  ← 가장 오래된 이름. 1444년 기록

일치하는 포도나무가 발견된 곳은 달마티아 해안 카슈텔 노비의 한 포도밭이었습니다.

이름의 뜻까지 이어집니다. 이탈리아어 Primitivo와 크로아티아어 Tribidrag둘 다 「일찍」을 뜻하는 말에서 왔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로 같은 특성을 가리킨 셈입니다.

핵심

이것이 이 과정과 발칸 와인 과정을 잇는 다리입니다. 이름이 다른데 같은 포도인 사례는 발칸 전역에 널려 있습니다. → 이름은 다른데 같은 포도 — 발칸을 가로지르는 품종 계보

시칠리아는 왜 「대륙」이라고 불리나요?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이고, 안에 기후대가 여러 개 있기 때문입니다.

해안은 뜨겁고 건조하지만, 에트나 화산의 비탈은 고도가 1,000m를 넘습니다. 같은 섬 안에서 극단적으로 다른 조건이 나옵니다.

시칠리아의 DOCG는 하나뿐입니다.

DOCG 내용
체라수올로 디 비토리아 (Cerasuolo di Vittoria) 시칠리아 유일의 DOCG. DOC였다가 2005년 9월 DOCG 승격(DOC는 1973년). 네로 다볼라 50~70% + 프라파토로 만듭니다

DOCG는 하나인데 DOC는 20개가 넘습니다. 여기서 1강에서 말씀드린 원칙이 다시 확인됩니다. DOCG의 수는 그 지역의 품질 총량이 아니라 등급 신청과 심사의 결과입니다.

시칠리아의 주요 품종은 이렇습니다.

품종 특징
네로 다볼라 (Nero d'Avola) 레드 시칠리아의 대표 레드. 짙은 색과 잘 익은 과실감
네렐로 마스칼레제 (Nerello Mascalese) 레드 에트나의 품종. 색이 연하고 결이 섬세합니다
프라파토 (Frappato) 레드 가볍고 향이 화려합니다
그릴로 · 카타라토 · 인촐리아 화이트 마르살라의 원료이기도 합니다
그레카니코 도라토 화이트 베네토의 가르가네가와 같은 품종

에트나(Etna) 를 따로 봐 두십시오. 화산 비탈의 고지대이고, 여기서 나오는 네렐로 마스칼레제는 색이 연하고 산도가 높으며 결이 섬세합니다. 1강에서 본 「색이 연한데 구조가 있다」는 네비올로의 성격과 자주 비교됩니다. 남쪽 섬에서 나오는데 북쪽 산악 지대 같은 인상이 나오는 것이 이 산지의 특징입니다.

마르살라(Marsala) 도 시칠리아입니다. 주정을 더해 만드는 강화 와인이고, 요리에 쓰이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와인소풍이 다루는 시칠리아 와인이 하나 있습니다.

버터플라이 피노그리지오 — 이탈리아 시칠리아 IGT · 유기농·비건

여기서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라벨이 IGT입니다. IGT는 규제가 느슨한 등급이지 품질의 하위 등급이 아닙니다. 시칠리아에서 국제 품종인 피노 그리지오를 심으면 지역 DOC 규정에 맞지 않으므로 IGT로 나옵니다. 등급 표기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보면 라벨이 다르게 읽힙니다.

핵심

피노 그리와 피노 그리지오는 같은 품종입니다. 프랑스 와인 과정 4강 알자스 편에서 함께 다룹니다. 이탈리아식 이름이 붙으면 더 드라이하고 신선한 스타일을 가리키는 것이 관행입니다.

사르데냐는 왜 스페인의 흔적이 있나요?

14세기부터 400년가량 아라곤 왕국과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 흔적이 대표 품종에 남아 있습니다.

사르데냐 이름 실제 품종 다른 이름
칸노나우 (Cannonau) 그르나슈 스페인 가르나차, 프랑스 그르나슈
카리냐노 (Carignano) 카리냥 스페인 카리녜나
베르멘티노 (Vermentino) 프랑스 프로방스의 롤(Rolle)

칸노나우는 사르데냐에서 가장 많이 심는 레드 품종입니다. 프랑스 남부 론과 스페인에서 만난 그 품종이 지중해 건너 이 섬에도 있습니다.

주의

⚠️ 칸노나우와 그르나슈의 「어디가 원산지인가」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스페인 아라곤 기원설이 널리 받아들여지지만, 사르데냐 기원설도 제기되어 왔습니다. 여기서는 단정하지 않겠습니다.아라곤 DO — 스페인 내륙의 가르나차

사르데냐의 DOCG도 하나뿐입니다.

DOCG 내용
베르멘티노 디 갈루라 (Vermentino di Gallura) 사르데냐 유일의 DOCG. 1975년 DOC → 1996년 9월 DOCG 승격. 섬 북동부 갈루라 지역의 화강암 토양

레드가 아니라 화이트가 이 섬의 유일한 DOCG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칼라브리아에는 무엇이 있나요?

이탈리아의 「구두 앞코」에 해당하는 주이고, 가장 최근까지 DOCG가 하나도 없던 곳이었습니다.

2025년에 Cirò Classico가 칼라브리아 최초의 DOCG로 승인되었습니다.

치로(Cirò)갈리오포(Gaglioppo) 라는 토착 품종으로 만드는 레드입니다. 이 지역은 고대 그리스 식민 도시가 있던 자리이고, 고대 올림픽 우승자에게 바쳤다는 와인의 후예로 소개되기도 합니다.

주의

⚠️ 「고대 올림픽 와인」류의 서술은 전승이지 문헌으로 확인된 사실이 아닙니다. 그대로 옮기지 마십시오.

이 사례가 남부의 현재를 잘 보여 줍니다. 포도는 2,500년 넘게 있었는데 등급은 2025년에 처음 받았습니다. 오래된 것과 제도적으로 인정된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남부 와인은 지금 어떤 자리에 있나요?

두 가지가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첫째, 벌크에서 병입으로의 전환입니다. 20세기 내내 남부는 북쪽에 원액을 대는 자리였습니다. 지금은 자기 이름과 자기 산지로 병입해 내놓는 생산자가 늘었습니다.

둘째, 국제 품종에서 토착 품종으로의 복귀입니다. 한때는 카베르네나 샤르도네를 심는 것이 국제 시장으로 가는 길로 여겨졌습니다. 지금은 알리아니코·피아노·네로 다볼라·네렐로 마스칼레제 같은 이 땅의 품종이 차별화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집필자도 2021년 강의에서 이 흐름을 짚었습니다.

핵심

국내 시장에서도 이탈리아 남부 지역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고 있고, 그 중심에 시칠리아의 네로 다볼라와 캄파니아의 알리아니코가 있다.

남부 와인을 볼 때 유용한 관점 하나를 덧붙이겠습니다.

보아야 할 것 이유
고도 남쪽인데 서늘한 와인이 나온다면 대개 산 안쪽이거나 화산 비탈입니다
토착 품종인가 국제 품종이면 그 산지의 성격보다 양조자의 선택이 더 드러납니다
DOC · IGT 표기 IGT는 품질이 아니라 규정 적합 여부의 문제입니다

이탈리아 와인 전체 보기 · 화이트 와인 · 해산물과 어울리는 와인 · 피자와 어울리는 와인


이 강의 요점

  1. 남부는 이탈리아에서 포도가 가장 먼저 들어온 곳인데 가장 늦게 알려졌다. 20세기 내내 벌크 와인 공급지였기 때문이다. 그레코·그레카니코·알리아니코 같은 품종 이름에 고대 그리스의 흔적이 남아 있다.
  2. 캄파니아에는 DOCG가 넷이고 그중 둘이 화이트다(피아노 디 아벨리노·그레코 디 투포, 2003년 승격). 「남쪽은 레드만」이라는 인상과 다르며, 아펜니노 산맥 안쪽의 고도가 그 이유다. 타우라시(1993년 DOCG)는 알리아니코로 만든다.
  3. 프리미티보 = 진판델 = 크를리에나크 카슈텔란스키 = 트리비드라그다. 2001년 12월 UC 데이비스와 크로아티아 연구진의 DNA 분석으로 확인됐고, 가장 오래된 이름 트리비드라그는 1444년 크로아티아 기록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4. 시칠리아의 DOCG는 체라수올로 디 비토리아 하나뿐이고(2005년 승격), 사르데냐의 DOCG는 베르멘티노 디 갈루라 하나뿐이다(1996년 승격). DOCG 개수는 그 지역의 품질 총량이 아니라 등급 신청과 심사의 결과다.
  5. 사르데냐의 칸노나우는 그르나슈, 카리냐노는 카리냥과 같은 품종이다. 400년가량 이어진 아라곤·스페인 지배의 흔적이다. 칼라브리아는 2025년에야 첫 DOCG(Cirò Classico)를 받았다 — 오래된 것과 제도적으로 인정된 것은 다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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