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를로는 왜 만만한 품종 취급을 받았나 — 페트뤼스가 뒤집은 편견

와인 매장에서 가장 자주 듣는 설명 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메를로는 부드러워서 처음 드시는 분께 좋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이 문장이 오래 반복되면서 하나의 인상이 굳었습니다. 메를로는 쉬운 품종, 입문용 품종, 진지하지 않은 품종이라는 인상입니다.

그런데 같은 품종이 프랑스 보르도 포므롤에서는 정반대의 대접을 받습니다. 이 글은 그 간극이 어디서 생겼는지를 봅니다.


메를로는 정말 「쉬운 품종」인가요?

마시기 쉬운 것과 기르기 쉬운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둘이 뒤섞이면서 오해가 생겼습니다.

국제 와인 기구(OIV)가 2017년에 펴낸 세계 품종 분포 보고서는 메를로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발아가 이르고 개화도 이릅니다. 숙성 기간은 평균적이며, 더운 기후에서는 과숙(over-ripen)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실 불량(coulure)에 취약하고, 노균병·흰가루병·보트리티스, 그리고 가뭄에 민감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일찍 깨어난다 → 봄 서리를 맞을 위험이 크다
  • 일찍 익는다 → 수확 시점을 놓치면 산도가 빠지고 알코올만 올라간다
  • 가뭄에 약하다 → 물을 머금는 땅이 아니면 버티지 못한다

즉 메를로는 기르는 쪽에서 보면 예민한 품종입니다. 수확 시기를 결정할 수 있는 창(window)이 좁습니다. 이 좁은 창을 놓친 포도로 만든 와인이 흔히 말하는 「밋밋하고 흐릿한 메를로」입니다.

같은 보고서는 잘 만들어진 메를로를 「둥글고(round), 구조가 있으며(structured), 색이 짙은」 와인이라고 적습니다. 「구조가 있다」는 표현이 함께 붙어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영화 『사이드웨이』는 정말 메를로를 무너뜨렸나요?

와인 업계에서 자주 오가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2004년 영화 『사이드웨이』에서 주인공이 메를로를 거부하는 장면이 나온 뒤로 미국에서 메를로가 외면당했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로 검증된 적이 있습니다. 소노마 주립대학의 스티븐 쿠에야르 등이 미국 소매 스캔 데이터를 분석해 미국 와인경제학회 워킹페이퍼(2008)로 발표했고, 이후 『Journal of Wine Economics』에 실렸습니다. 1999년부터 2008년 초까지 약 10만 건의 구매 기록을 쓰고, 카베르네 소비뇽과 시라를 대조군으로 두었습니다.

결과는 흔히 도는 이야기와 방향은 같지만 크기가 다릅니다.

검증 대상 연구 결과
영화 이후 메를로 판매 증가율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둔화
둔화의 폭 작다. 저자들은 「파괴적(devastating)과는 거리가 멀다」고 명시
가격대별 차이 하락은 10달러 미만 저가대에 집중. 20~40달러대는 오히려 혼재된 결과
피노 누아 상승. 그리고 상승 폭이 메를로의 하락 폭보다 컸다
전체 와인 소비 대조군까지 함께 올랐다 — 영화는 와인 소비 자체를 늘렸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사이드웨이 효과」는 존재했지만 메를로를 무너뜨린 사건은 아니었습니다. 저자들의 결론 문장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둘째, 타격은 싼 메를로에 집중됐습니다. 진지하게 만든 메를로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영화가 만든 것은 품종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품질 하단부에 대한 정리에 가까웠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2000년대 초 미국 시장에는 이미 값싼 메를로가 대량으로 풀려 있었습니다. 영화가 나오기 전인 2003년부터 메를로 가격은 이미 내려가고 있었다는 것이 위 연구의 관찰입니다. 영화는 원인이라기보다 이미 진행 중이던 흐름에 붙은 이름표에 가깝습니다.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은 실제로 무엇이 다른가요?

두 품종은 보르도에서 나란히 자랐고 오랫동안 함께 블렌딩되어 왔습니다. 성격은 꽤 다릅니다.

항목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발아 이르다 — 봄 서리에 노출 늦다 — 서리를 피한다
숙성 기간 평균 길다 — 늦게 익는다
껍질 상대적으로 얇다 두껍다
타닌 부드럽고 둥글다 많고 단단하다
산도 상대적으로 낮다 상대적으로 높다
짙다 짙다
덜 익었을 때 밋밋해진다 피망·풀 향(피라진)이 올라온다
약점 과숙·결실 불량·가뭄 줄기마름병 계열·흰가루병
단독으로 마실 때 둥글고 살집이 있다 「둥글거나 풍만하지 않다」(OIV)

표의 마지막 줄이 블렌딩의 이유를 설명합니다. OIV는 카베르네 소비뇽을 두고 타닌과 색은 강하지만 **「특별히 둥글거나 풍만하지는 않다」**고 적고, 그래서 다른 품종과 섞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합니다.

즉 보르도 블렌딩에서 메를로는 카베르네의 부족분을 메우는 역할이 아닙니다. 서로가 서로의 빈 곳을 채웁니다. 카베르네는 뼈대를, 메를로는 살을 담당한다는 오래된 비유가 여기서 나옵니다.

껍질 두께가 왜 중요한지도 짚어 둘 만합니다. 껍질에 타닌과 색소가 들어 있습니다. 껍질이 두꺼우면 추출할 것이 많고, 그만큼 시간이 걸립니다. 카베르네 소비뇽 위주의 와인이 어릴 때 뻣뻣하고 오래 두어야 풀리는 이유입니다. 메를로는 그 과정이 짧습니다. 「부드럽다」는 인상의 물리적 근거가 여기 있습니다.

왜 보르도 좌안은 카베르네, 우안은 메를로인가요?

보르도 전체 적포도 재배 면적에서 **메를로가 66%**를 차지합니다. 카베르네 소비뇽이 약 22%, 카베르네 프랑이 약 9%입니다(보르도 와인위원회 CIVB 집계).

놀라시는 분이 많습니다. 보르도 하면 카베르네를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면적으로 보면 보르도는 명백히 메를로의 땅입니다.

지역별로 나누면 이유가 보입니다.

좌안 (메독·그라브) 우안 (포므롤·생테밀리옹)
대표 토양 자갈 점토·석회질 (일부 자갈·모래)
토양의 성질 배수가 빠르고 낮에 받은 열을 밤에 되돌려준다 물을 머금는다. 상대적으로 차다
주력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블렌딩 통념 카베르네 소비뇽 중심 메를로 중심 + 카베르네 프랑
어울리는 이유 늦게 익는 카베르네에 열이 더 필요하다 일찍 익고 가뭄에 약한 메를로에 수분이 필요하다

논리는 단순합니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늦게 익으므로 열을 모아 주는 자갈밭이 필요합니다. 메를로는 일찍 익고 가뭄에 약하므로, 여름 내내 물을 조금씩 내어주는 점토가 맞습니다.

품종이 먼저가 아니라 땅이 먼저였습니다. 수백 년 동안 심어 보고 실패하면서 남은 조합입니다. 토양과 품종의 짝에 대해서는 토양과 품종의 짝 편에서 더 자세히 다뤘습니다.

포므롤에서 메를로는 어떤 위치인가요?

포므롤은 보르도 우안의 작은 지역입니다. 성(城)도 없고, 공식 등급 체계도 없습니다. 옆 동네 생테밀리옹이 정기적으로 등급을 재조정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생테밀리옹 등급 편 참고).

등급이 없는데도 포므롤이 알려진 이유는 하나입니다. 여기서 나온 메를로가 그 자체로 설명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지역의 대표적인 밭이 페트뤼스입니다. 지형적으로 포므롤 고원(plateau) 위에 있고, 철분이 많은 짙은 점토층 위에 자리합니다. 이 점토는 물을 머금었다가 여름에 조금씩 내어줍니다. 가뭄에 약한 메를로에게는 이보다 나은 조건을 찾기 어렵습니다.

왜 적게 만드는가에 대한 답도 여기에 있습니다.

  • 밭이 작습니다. 이 점토층이 넓게 퍼져 있지 않습니다. 지질이 정해 놓은 경계 밖으로 나가면 같은 조건이 아닙니다.
  • 밭을 늘릴 방법이 없습니다. 양조 설비는 키울 수 있어도 땅은 그렇지 않습니다.
  • 골라내는 양이 많습니다. 메를로는 수확 창이 좁아 해마다 상태 편차가 큽니다. 기준에 못 미치는 해에는 덜어냅니다.

희소한 이유는 만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만들 수 있는 땅이 그만큼뿐이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이 44년간 같은 밭을 다룬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이 밭의 양조를 오래 총괄한 사람이 장 끌로드 베루에입니다.

1964년, 스물두 살에 장 피에르 무엑스 사에 입사했습니다. 알려진 일화로, 입사 면접에서 와인 이야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들어가 44년간 페트뤼스의 양조를 맡았습니다. 같은 기간 트로타노이, 도미누스, 에리 미나도 함께 다뤘습니다. 2018년에는 마스터 오브 와인 협회가 주는 Winemakers' Winemaker Award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아들 올리비에가 뒤를 잇고 있습니다.

44년이 왜 중요한지는 메를로의 성질과 연결됩니다.

앞에서 본 대로 메를로는 수확 창이 좁고, 더우면 과숙하고, 가물면 힘들어합니다. 즉 해마다 조건이 다르게 나타나는 품종입니다. 이런 품종을 다루는 데 필요한 것은 매뉴얼이 아니라 표본의 수입니다.

44년은 44번의 수확입니다. 서리가 온 해, 비가 온 해, 유난히 더웠던 해가 그 안에 다 들어 있습니다. 어느 해의 어떤 조건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를 같은 밭에서 반복해 본 사람과, 자료로 읽은 사람은 판단의 근거가 다릅니다.

와인에서 「사람이 만든다」는 말은 보통 이런 뜻입니다. 무엇을 첨가한다는 뜻이 아니라, 언제 딸지, 무엇을 뺄지를 정한다는 뜻입니다. 그 판단은 경험의 축적 위에서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이런 밭에서 나온 와인을 두고 **「메를로는 만만한 품종」**이라고 말하기 어려워집니다. 품종이 만만한 것이 아니라, 만만하게 다뤄진 메를로가 많았을 뿐입니다.

메를로는 세계에서 얼마나 널리 심겨 있나요?

OIV의 2017년 보고서는 2015년 기준 세계 포도 재배 면적을 품종별로 집계했습니다. 양조용 흑포도만 추리면 이렇습니다.

순위 품종 면적(2015년)
1 카베르네 소비뇽 341,000 ha
2 메를로 266,000 ha
3 템프라니요 231,000 ha
피노 누아(블라우어 부르군더) 112,000 ha

메를로는 37개국에 심겨 있으며, **세계 전체 포도밭 면적의 약 3%**를 차지합니다. 참고로 세계에는 약 1만 종의 포도 품종이 알려져 있고, 그중 13개 품종이 전 세계 포도밭의 3분의 1 이상을 덮고 있습니다.

숫자가 말해 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메를로는 유행이 지나간 품종이 아닙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게 심긴 양조용 흑포도이고, 보르도에서는 압도적 1위입니다.

다만 넓게 심겼다는 사실이 곧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넓게 심겼기 때문에 편차도 큽니다. 잘 만든 메를로와 그렇지 않은 메를로의 거리가, 다른 어떤 품종보다 멀 수 있습니다. 「부드럽고 만만하다」는 인상은 그 편차의 아래쪽을 많이 만나 본 결과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메를로를 어떻게 고르고 마시면 되나요?

몇 가지 실용적인 기준을 정리합니다.

① 산지를 먼저 봅니다. 같은 메를로라도 더운 곳에서 과숙한 것과, 물을 머금는 서늘한 땅에서 천천히 익은 것은 다른 와인이 됩니다. 우안 계열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② 「부드럽다」를 기준으로 삼지 않습니다. 잘 만든 메를로에는 구조가 있습니다. 부드럽기만 하고 뒷맛이 짧다면 그것은 품종의 성질이 아니라 그 병의 상태입니다.

③ 온도를 조금 낮춥니다. 메를로는 산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 온도가 높으면 알코올과 단맛이 먼저 나섭니다. 16~18℃ 정도가 무난합니다.

④ 점수는 참고 자료로만 씁니다. 평론가 점수는 평가자의 기준과 시점이 반영된 척도입니다. 어떻게 읽는 것이 맞는지는 100점 척도 편에서 정리했습니다.

보르도의 산지 구분과 블렌딩을 체계적으로 익히고 싶으시다면 아카데미의 프랑스 와인 과정이 이 내용을 순서대로 다룹니다.

이 글의 요점

  • 메를로는 마시기 쉬운 품종이지만 기르기 쉬운 품종은 아닙니다. 발아와 숙성이 이르고, 과숙·결실 불량·가뭄에 취약해 수확 시점의 창이 좁습니다(OIV, 2017).
  • 「사이드웨이 효과」는 실증적으로 확인됐지만 크기는 작습니다. 소노마 주립대 연구진의 분석(2008)은 메를로 판매 증가율의 유의한 둔화를 확인하면서도 **「파괴적과는 거리가 멀다」**고 결론지었고, 하락은 10달러 미만 저가대에 집중됐습니다. 피노 누아의 상승 폭이 메를로의 하락 폭보다 컸고, 전체 와인 소비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 카베르네 소비뇽과의 차이는 껍질과 시간표에서 나옵니다. 카베르네는 늦게 발아해 늦게 익고 껍질이 두꺼워 타닌이 많습니다. 메를로는 그 반대입니다. 둘은 서로의 부족분을 채웁니다.
  • 보르도 적포도 재배 면적의 66%가 메를로입니다(CIVB). 카베르네 소비뇽은 약 22%입니다. 면적만 보면 보르도는 메를로의 땅입니다.
  • 좌안의 자갈은 열을, 우안의 점토는 수분을 공급합니다. 늦게 익는 카베르네에는 열이, 가뭄에 약한 메를로에는 수분이 필요합니다. 품종이 아니라 땅이 먼저 정해졌습니다.
  • 포므롤의 희소성은 땅의 크기에서 나옵니다. 물을 머금는 점토층이 넓게 퍼져 있지 않고, 밭은 늘릴 수 없으며, 편차가 큰 해에는 덜어냅니다.
  • 메를로는 2015년 기준 세계 26만 6천 헥타르, 37개국에 심긴 두 번째로 넓은 양조용 흑포도입니다. 널리 심겼기에 편차도 큽니다. 「만만하다」는 인상은 품종의 성질이라기보다 그 편차의 아래쪽을 자주 만난 결과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