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와인이 뭔가요 — 오렌지로 만든 게 아닙니다
이름 때문에 오해가 가장 많은 와인입니다. 오렌지는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오렌지 와인은 화이트 포도를 껍질·씨와 함께 발효한 와인입니다. 만드는 방식으로 부르면 스킨 컨택트 와인(skin-contact wine), 조지아에서는 **앰버 와인(amber wine)**이라고도 부릅니다. 색을 보고 붙은 별명이 「오렌지」입니다.
와인을 색으로 넷으로 나눠 보면 자리가 분명해집니다.
| 종류 | 포도 | 껍질을 어떻게 하나 |
|---|---|---|
| 화이트 | 화이트 포도 | 압착 후 껍질을 바로 뺀다 |
| 로제 | 레드 포도 | 잠깐 담갔다가 중간에 건진다 |
| 레드 | 레드 포도 | 껍질과 함께 발효한다 |
| 오렌지 | 화이트 포도 | 껍질과 함께 발효한다 |
「화이트 포도로 레드 와인 만드는 방식을 쓴 것」 — 한 줄로 줄이면 이것입니다.
오렌지 와인은 오렌지로 만든 건가요?
아닙니다. 포도로만 만듭니다.
과실주 코너에 놓인 오렌지 과실주와는 전혀 다른 물건입니다. 원료는 청포도이고, 다른 와인과 마찬가지로 포도즙이 발효되어 만들어집니다.
차이는 껍질과 씨를 언제 빼느냐 하나입니다. 보통의 화이트 와인은 포도를 짜서 즙만 받아 발효합니다. 오렌지 와인은 껍질과 씨를 그대로 둔 채 발효시키고, 짧게는 4일에서 길게는 1년 이상 함께 둡니다.
껍질에는 색소·탄닌·향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오래 담가 둘수록 그 성분이 술로 넘어옵니다. 색과 탄닌이 여기서 나옵니다.
무슨 색인가요? 정말 오렌지색인가요?
오렌지색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습니다. 실제로는 폭이 넓습니다.
| 색 | 대략의 조건 |
|---|---|
| 밝은 황금색 | 껍질 접촉이 짧은 편 |
| 호박색(앰버) | 중간 |
| 구릿빛·적갈색 | 껍질 접촉이 길고 산화가 진행된 편 |
같은 「오렌지 와인」이라도 잔에 따르면 색이 제각각입니다. 껍질과 함께 둔 기간, 용기의 종류, 산소와 얼마나 접촉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색만 보고 맛을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진한 색일수록 대체로 탄닌과 산화 뉘앙스가 뚜렷한 편이라는 정도가 참고가 됩니다.
로제 와인과는 무엇이 다른가요?
출발 포도가 다르고, 껍질을 건지느냐 아니냐가 다릅니다.
| 로제 와인 | 오렌지 와인 | |
|---|---|---|
| 포도 | 레드 포도 | 화이트 포도 |
| 껍질 | 원하는 색이 나오면 건져낸다 | 끝까지 함께 둔다 |
| 탄닌 | 거의 없다 | 느껴진다 |
| 질감 | 가볍다 | 두껍고 거칠 수 있다 |
색만 놓고 보면 옅은 오렌지 와인과 진한 로제가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셔 보면 바로 갈립니다. 입안에서 떫은 기운이 잡히면 오렌지 와인 쪽입니다.
어떤 품종으로 만드나요?
청포도라면 대부분 가능합니다. 다만 산지별로 자주 쓰이는 품종이 있습니다.
| 산지 | 자주 쓰이는 품종 |
|---|---|
| 이탈리아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 | 프리울라노 · 리볼라 지알라 · 피노 그리조 |
| 슬로베니아 고리슈카 브르다 | 리볼라 지알라 계열 |
| 미국 뉴욕 · 캘리포니아 | 르카치텔리 · 피노 그리 |
| 호주 애들레이드 · 빅토리아 | 소비뇽 블랑 |
| 프랑스 쥐라 · 사부아 · 랑그독 루시용 | 지역 청포도 |
| 조지아 | 르카치텔리 등 토착 품종 |
껍질이 두껍고 향 성분이 풍부한 품종이 스킨 컨택트에 잘 맞는 편입니다. 껍질이 얇은 품종으로 만들면 색도 탄닌도 약하게 나옵니다.
어느 나라에서 만드나요?
뿌리는 조지아와 아르메니아입니다. 여기서는 수천 년 동안 이 방식으로 술을 빚어 왔습니다.
현재 만드는 곳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지역 | 메모 |
|---|---|
| 조지아 | 원류. 크베브리 방식이 이어져 왔습니다 |
| 이탈리아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 | 부활의 진원지 |
| 슬로베니아 고리슈카 브르다 | 프리울리와 국경을 맞댄 같은 문화권 |
| 프랑스 | 쥐라 · 사부아 · 랑그독 루시용 |
| 미국 | 뉴욕 · 캘리포니아 |
| 호주 | 애들레이드 · 빅토리아 |
| 남아프리카공화국 | 스와트랜드 |
| 오스트리아 | — |
크베브리 — 땅에 묻는 항아리
조지아의 **크베브리(Qvevri)**는 달걀 모양의 큰 점토 용기입니다. 기원전 6000년경부터 쓰였다고 전해집니다.
만드는 순서가 한국 사람에게는 낯설지 않습니다.
- 포도를 껍질·씨와 함께 크베브리에 넣습니다
- 뚜껑을 덮고 밀랍으로 봉인합니다
- 그 위를 돌과 흙으로 덮습니다
- 땅속에서 발효하고, 그대로 숙성합니다
땅에 묻어 두면 연중 온도 변화가 거의 없습니다. 냉각 설비 없이 안정된 온도에서 발효와 숙성을 끝낼 수 있는 방식입니다.
김장독을 떠올리시면 정확합니다. 항아리를 땅에 묻고 흙으로 덮어 온도를 잡는 원리가 같습니다. 조지아 사람들이 포도로 한 일을, 한국 사람들은 배추로 해 왔습니다.
뱅 존과는 다릅니다
프랑스 쥐라의 **뱅 존(Vin Jaune)**도 견과·산화 계열 향이 나기 때문에 오렌지 와인과 묶여 언급되곤 합니다. 만드는 방식은 다릅니다.
| 오렌지 와인 | 뱅 존 | |
|---|---|---|
| 껍질 | 함께 발효 | 압착 후 버림 |
| 핵심 공정 | 스킨 컨택트 | 통 안 효모막 아래 장기 숙성 |
향이 닮았을 뿐 공정이 다릅니다. 같은 범주로 묶지 않는 편이 맞습니다.
맛과 향은 어떤가요? 왜 화이트인데 탄닌이 느껴지나요?
탄닌은 껍질과 씨에서 나옵니다. 화이트 포도에도 껍질과 씨는 있습니다. 보통의 화이트 와인은 그것을 바로 빼기 때문에 탄닌이 넘어올 시간이 없을 뿐입니다.
껍질과 함께 발효하면 레드 와인에서 탄닌이 나오는 것과 같은 일이 화이트 포도에서 일어납니다. 그래서 화이트인데 입안이 떫습니다.
자주 언급되는 특징을 모으면 이렇습니다.
| 항목 | 특징 |
|---|---|
| 당도 | 아주 드라이합니다 |
| 산도 | 높은 편입니다 |
| 향 | 벌꿀 · 견과류 · 흙 · 시큼한 발효 반죽 |
| 입안 | 탄닌감과 스파이시함이 잡힙니다 |
| 질감 | 화이트치고 두껍습니다 |
처음 마시면 「화이트인 줄 알았는데 레드 같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가 이 조합 때문입니다.
온도는 일반 화이트보다 조금 높게 내는 편이 낫습니다. 너무 차게 하면 탄닌이 도드라져 거칠게 느껴집니다.
어떤 음식과 어울리나요? 한식과도 맞나요?
한식과의 궁합이 좋은 편입니다. 탄닌과 산도, 그리고 발효 향이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 음식 갈래 | 예시 |
|---|---|
| 한식 · 발효 | 비빔밥 · 김치 · 청국장 |
| 일식 발효 | 낫토 |
| 향신료 강한 요리 | 카레 · 태국 요리 · 중국 요리 |
| 양념 강한 생선 | 조림 · 구이 |
| 치즈 | 블루치즈 |
| 육류 | 기름진 부위 |
보통의 드라이 화이트 와인은 김치나 청국장 같은 발효 음식 앞에서 눌립니다. 향이 약해서 음식에 묻힙니다. 오렌지 와인은 향의 밀도가 높아 밀리지 않습니다.
반대로 재료의 맛이 섬세한 요리에는 과합니다. 생선회, 맑은 국물 요리에는 잘 맞지 않습니다.
한식 페어링의 원리를 좀 더 보고 싶으시면 한식과 어울리는 와인 모아 보기 와 한식과 샴페인 페어링 를 함께 보시면 됩니다.
왜 지금 다시 유행하나요?
「다시」라는 말이 핵심입니다. 새로 나온 방식이 아니라 되살아난 방식입니다.
흐름을 연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시기 | 일어난 일 |
|---|---|
| 기원전 6000년경 | 조지아 크베브리 양조가 시작되었다고 전해집니다 |
| 수천 년간 | 조지아 · 아르메니아에서 이어짐 |
| 1950~60년대 | 이탈리아에서도 흔한 방식이었습니다 |
| 이후 | 맑고 깨끗한 화이트가 표준이 되며 밀려남 |
| 1997년 | 조스코 그라브너가 조지아 방식을 가져와 프리울리에서 복원 |
| 1997년 이후 | 슬로베니아 · 프랑스 · 미국 · 호주 등으로 확산 |
산업화된 양조 설비가 보급되면서 맑고 향이 깨끗한 화이트 와인이 표준이 되었습니다. 뿌옇고 떫은 화이트는 결함으로 취급되어 자취를 감췄습니다.
1997년 조스코 그라브너가 조지아의 방식을 그대로 가져와 다시 만들면서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프리울리와 국경을 맞댄 슬로베니아로 번졌고, 이후 여러 나라의 생산자들이 각자의 품종으로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2016년 무렵만 해도 이 방식이 일시적 유행인지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하나의 양조 갈래로 자리 잡았고, 산지와 품종의 폭도 넓어졌습니다.
정리하면 오렌지 와인은 새로 발명된 것이 아니라, 8천 년 된 방식이 산업화의 그늘에서 나와 다시 쓰이게 된 경우입니다.
한 장으로 정리
| 질문 | 답 |
|---|---|
| 원료 | 화이트 포도 (오렌지 아님) |
| 다른 이름 | 스킨 컨택트 와인 · 앰버 와인 |
| 핵심 공정 | 껍질·씨와 함께 4일~1년 이상 발효 |
| 로제와 차이 | 로제는 껍질을 중간에 건짐 |
| 색 | 밝은 황금 ~ 적갈 |
| 맛 | 아주 드라이 · 고산도 · 탄닌감 · 스파이시 |
| 향 | 벌꿀 · 견과 · 흙 · 발효 반죽 |
| 원류 | 조지아 크베브리 (기원전 6000년경) |
| 부활 | 1997년 이탈리아 프리울리 |
| 잘 맞는 음식 | 비빔밥 · 김치 · 청국장 · 카레 · 블루치즈 |
와인의 종류별로 먼저 둘러보시려면 아래에서 시작하시면 됩니다.
만 19세 미만은 주류를 구매할 수 없습니다. 지나친 음주는 건강에 해롭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