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기원 — 가설과 과학
핵심
역사는 예제를 통해 배우는 철학 교육이다. History is philosophy teaching by examples. — 투키디데스(Thucydides, BC 460~400,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앞 강에서 세 가지 신화를 봤습니다. 노아 · 디오니소스 · 잠쉬드. 세 신화가 가리키는 방향은 일치했지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에 대한 답은 주지 못했습니다.
이 강은 그 빈자리를 두 가지로 채웁니다.
핵심
① 논리적으로 추론한 가설 두 가지 ② 땅에서 나온 증거 — 고고학
그리고 이 강에서 가장 중요한 태도가 하나 있습니다.
주의
⚠️ 여기 나오는 것은 대부분 「현재까지 확인된 것」이지 「확정된 사실」이 아닙니다. 새 유적이 나오면 언제든 앞당겨집니다. 이 분야에서 「최고 기록」은 잠정치이지 상수가 아닙니다. 비즈니스 자리에서 숫자를 말할 때는 반드시 이 단서를 붙이십시오.
가설 1 — 인간이 우연히 발견했다는 것
가장 단순하고 가장 그럴듯한 설명입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 채집 생활을 하던 원시 인류가 우연히 포도를 따 먹어 보고 맛있어서 자주 따 먹게 됩니다
- 어느 날 이것을 동굴로 가져와 보관합니다
- 우리가 냉장고에 넣어 둔 음식을 잊듯이, 잊은 채 내버려 둡니다
- 그것이 자연 발효되어 와인이 됩니다
- 마셔 본 사람이 그 맛과 향에 반해, 그다음부터는 일부러 발효시켜 만들어 먹습니다
- BC 10,000~8,000년경 유목 생활을 청산하고 농경 정착 생활을 하면서, 아예 야생 포도나무를 한곳에 모아 포도원을 조성하고 양조까지 하게 됩니다
이 가설이 설득력 있는 이유는 와인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술」이기 때문입니다. 포도 껍질에는 야생 효모가 붙어 있고, 알이 터져 즙이 고이면 발효가 시작됩니다. 곡물처럼 빻고 익히고 당화시키는 공정이 필요 없습니다.
집필자는 여기에 한 마디를 덧붙입니다.
핵심
「독일 수도 있는 것을 마실 용기를 낸 최초의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호기심이 문명의 원동력이지만, 호기심을 해결하려면 목숨을 건 용기도 필요하다.」
가설 2 — 원숭이를 보고 알았다는 것
조금 더 재미있고, 조금 더 논쟁적인 가설입니다.
원시 인류가 어느 날 원숭이들의 행동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왠지 마구 흥겨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가가 보니 바위에 떨어진 포도송이와 뒤섞여 고인 액체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사람도 그 액체를 마셔 봤더니 맛이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곳을 찾아 원숭이를 따라다니며 마시다가, 나중에는 포도 자체를 동굴로 가져가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집필자는 이 가설의 의미를 이렇게 읽습니다.
핵심
「당시로서는 경쟁자일 수도 있는 원숭이의 행동을 관찰해서 얻은 발견이다. 관찰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가설이다.」
그리고 안전에 관한 관찰도 함께 나옵니다. 원숭이가 먹고 죽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에 먹어 봤다는 것 — 오늘날의 관점으로 보면 일종의 사전 검증입니다.
주의
⚠️ 혼동하지 마실 것. 생물학 쪽에는 이와 결이 다른 「술 취한 원숭이 가설(Drunken Monkey Hypothesis)」 이 따로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익은 과일이 내는 알코올 냄새를 좇는 성향이 영장류에게 먹이를 찾는 데 유리했고, 그것이 인간의 알코올 선호로 이어졌다는 진화생물학적 주장입니다. 이 역시 가설이며 학계의 합의된 정설이 아닙니다. 위의 「원숭이 관찰설」은 와인 발견의 경위에 관한 이야기이고, 「술 취한 원숭이 가설」은 인간이 왜 알코올을 좋아하게 되었는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묻는 것이 다릅니다.
그럼 땅에서 나온 증거는 무엇인가요?
여기서부터가 고고학입니다. 그리고 첫 번째 질문이 중요합니다.
핵심
「가장 오래된 술」과 「가장 오래된 와인」은 다른 질문입니다.
가장 오래된 발효 음료 — 중국 지아후, BC 7000년경
황하 중류 하남성 지아후(Jiahu, 賈湖) 유적에서 나온 항아리의 잔류물이 BC 7000년경으로 추정됩니다. 연대만 보면 이것이 가장 오래됐습니다.
그런데 내용물이 문제입니다.
- 잔류물 분석 결과는 쌀 · 꿀 · 그리고 포도 또는 산사나무 열매 같은 과일을 함께 발효시킨 것으로 추정됩니다
-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와인의 원조로 볼 수는 없습니다
- 설사 포도만으로 만들었다 해도 양조용 포도가 아니라 식용 포도였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지아후는 「BC 7000년경에 이미 발효 기술이 있었다」는 증거이지,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가장 오래된 와인 — 조지아, BC 6000~5800년경
양조용 포도(Vitis vinifera)로 만든 와인의 흔적으로 현재까지 가장 오래된 것은 조지아에서 나왔습니다.
고대 항아리에서 검출된 포도 유래 잔류물의 연대가 BC 6000~5800년경으로 추정됩니다. 그래서 조지아는 자신들이 와인의 원조국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연대를 오늘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8,000년이 됩니다. 「와인 8,000년」이라는 표현이 여기서 나옵니다.
알아두기
이 숫자를 어떻게 인용해야 안전한지는 입문 과정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 입문 · 와인의 역사, 8,000년이라는 숫자를 제대로 읽는 법
그 밖의 주요 유적 — 연대순
| 시기(추정) | 장소 | 무엇이 나왔나 |
|---|---|---|
| BC 7000년경 | 중국 하남성 지아후 | 쌀·꿀·과일을 섞은 발효 음료. 포도 100% 와인으로 보기 어렵다 |
| BC 6000~5800년경 | 조지아 | 고대 항아리에서 포도 유래 잔류물 — 양조용 포도 와인으로 현재 최고(最古) |
| BC 5400~5000년경 | 이란 북서부 하지 피루즈 테페(Hajji Firuz Tepe) | 큰 항아리에서 타르산과 소나무 송진 성분 검출 |
| BC 5400~5000년경 | 이란 하지 피루즈 테페 | 항아리 6점에서 타르타르산·타르타르산칼슘 검출. 조지아 발견 전까지 가장 이른 화학적 증거로 꼽혔습니다 |
| BC 4500~4200년경 | 그리스 동부 마케도니아 | 항아리에서 와인의 흔적 |
| BC 4100년경 | 아르메니아 아레니-1 동굴 |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양조장(와이너리) |
| BC 4000년경 | 시칠리아 몬테 크로니오 | 동굴 토기에서 타르타르산과 그 나트륨염 검출 (2017년 발표). 이탈리아에서 확인된 가장 이른 흔적입니다 |
이 표에서 가장 중요한 구분이 하나 있습니다.
핵심
조지아의 것은 「와인을 담았던 흔적」이고, 아르메니아 아레니-1의 것은 「와인을 만들던 시설」입니다. 앞의 것이 더 오래됐지만, 양조장의 형태가 확인된 가장 오래된 곳은 아르메니아입니다.
「흔적」과 「시설」을 섞어 쓰면 대화가 어긋납니다. 어느 쪽을 말하는지 밝히십시오.
하지 피루즈 테페의 송진 성분도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송진은 방부 효과가 있어 와인이 상하는 것을 막는 데 썼을 것으로 봅니다. 그리스의 레치나(Retsina) 같은 송진 향 와인이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것이 이 계통의 흔적입니다.
알아두기
이 발굴의 상당수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고고학 박물관 연구진의 작업입니다. 이 박물관은 관련 내용을 지도로 정리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와인은 동쪽으로도 갔나요?
갔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국내 자료에서 잘 다루지 않는 대목입니다.
앞 강에서 본 디오니소스 신화가 「그가 인도까지 갔다」 고 말한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실제 흔적이 있습니다.
인도 — BC 4세기 후반의 기록
찬드라굽타 마우리아 황제(재위 BC 321~297) 시절, 재상이자 황제의 스승이었던 차나키아(Chanakya) 가 남긴 연대기에 황제와 신하들이 「마두(Madhu)」라는 포도로 만든 와인에 지나치게 탐닉하는 것을 우려하는 글이 등장합니다.
⚠️ 다만 해석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마두」는 산스크리트어로 꿀 또는 달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오늘날 영어의 미드(mead, 꿀술) 의 어원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포도 와인인지 꿀술인지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페르시아 무역상들이 실크로드를 타고 그 이전에 인도에 와인을 전했으리라는 추정은 무리가 아닙니다.
중국 — BC 2세기, 실크로드를 타고
신강성(위구르 자치구)에서 BC 2세기경 포도로 만든 와인에 관한 유물이 발견됐습니다. 신강성은 실크로드가 중국과 중동을 잇는 국경입니다.
기록으로도 남아 있습니다. 한나라 때 장건이 서역과 교역로를 열면서, 오늘날 우즈베키스탄 일대에서 포도씨와 와인을 가져왔다고 전합니다. 이것을 당시 수도 장안(오늘날 시안) 인근에 심었습니다.
실크로드 자체는 BC 114년~AD 1450년에 번성했다고 하지만, 이것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이어져 온 교역이 활발해진 시기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동서 교류는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결론은 무엇인가요?
신화와 고고학을 합치면 이렇게 정리됩니다.
핵심
와인은 조지아·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등 코카서스 3국과 그 근처에서 발원한 뒤, 남하하여 오늘날 이란 지역인 페르시아 문명을 거쳐, 동서 양 갈래로 퍼져 나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앞 강의 세 신화가 가리킨 방향과 정확히 같습니다. 신화가 사실은 아니지만, 기억의 방향은 보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무엇이 확인된 것이고 무엇이 추정인가요?
이 표가 이 강의 결론입니다. 인용하실 때 이 구분을 지키시면 틀릴 일이 없습니다.
| 진술 | 지위 |
|---|---|
| 현재까지 확인된 가장 오래된 포도 와인의 흔적은 BC 6000년경 조지아다 | ✅ 확인된 발굴 결과 (단, 갱신 가능) |
| 양조 시설의 형태가 확인된 가장 오래된 곳은 BC 4100년경 아르메니아 아레니-1이다 | ✅ 확인된 발굴 결과 |
| BC 7000년경 중국 지아후에 발효 음료가 있었다 | ✅ 확인. 단 포도 와인은 아니다 |
| 와인은 코카서스에서 발원해 동서로 퍼졌다 | 🔶 다수 견해에 근거한 추정 |
| 인간이 우연히 발견했다 / 원숭이를 보고 알았다 | 🔶 논리적 추론에 의한 가설 — 물증 없음 |
| 「와인이 인류 최초의 술이다」 | ❌ 단정하면 안 된다.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
| 「노아의 방주가 조지아 쪽에 멈췄으므로 조지아가 원조다」 | ❌ 신화 해석이지 증거가 아니다 |
핵심
인용할 때의 문장 형태. 주어를 「발굴된 것」 으로 두십시오. 「와인이 언제 생겼는가」가 아니라 「지금까지 무엇이 나왔는가」 를 말하는 문장이면 틀리지 않습니다. 연대 뒤에 「~경」 과 「현재까지」 두 단어를 붙이는 것만으로도 진술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이 기원이 지금 우리와 어떻게 이어지나요?
이 강에 나온 유적을 오늘의 국경 위에 다시 찍어 보면 조지아 · 아르메니아 · 이란 북서부, 그리고 흑해 건너 발칸입니다.
여기가 국내 와인 시장에서 존재감이 가장 옅은 구역입니다. 8,000년의 기록을 가진 산지가 마트 매대에서는 한 칸도 차지하지 못합니다. 와인소풍이 이 구역을 다루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 발칸 와인 과정 (10강) →
- 발칸 와인 지도 — 어디가 어디인가 →
- 오렌지 와인 → — 이 강에 나온 토기 양조가 21세기 장르로 되살아난 경위
- 나라별로 보기 · 루마니아 →
이 강의 요점
- 가설은 둘이다 — 인간 발견설(잊어버린 포도가 발효됐다)과 원숭이 관찰설(원숭이 행동을 보고 알았다). 둘 다 논리적 추론이며 물증은 없다.
- 「가장 오래된 술」과 「가장 오래된 와인」은 다른 질문이다. 중국 지아후(BC 7000년경)는 쌀·꿀·과일을 섞은 발효 음료였다.
- 포도 와인의 현재 최고 기록은 BC 6000~5800년경 조지아다. 이것이 「8,000년」의 근거다.
- 「흔적」과 「시설」은 다르다. 양조장 형태가 확인된 가장 오래된 곳은 BC 4100년경 아르메니아 아레니-1 동굴이다.
- 와인은 동쪽으로도 갔다. 인도(BC 4세기 기록)와 중국 신강성(BC 2세기 유물)에 흔적이 있다. 실크로드가 그 통로였다.
이어서 볼 것
만 19세 미만은 주류를 구매할 수 없습니다. 임신 중 음주는 태아의 건강을 해칩니다. 지나친 음주는 건강에 해롭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