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기원 — 신화

핵심

역사는 위험한 시기를 살아갈 때의 항해 지침서다. History is a guide to navigation in perilous times. — 데이비드 매컬로(David McCullough, 1933~2022, 미국 작가)

와인은 인류가 아주 이른 시기부터 만들어 온 술이면서, 동시에 역사·철학·예술·신화·언어 속에 가장 깊이 스며든 음료입니다. 「인류 최초의 술」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는 2강에서 따로 봅니다 — 기준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와인을 인문학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의 첫 강은 신화에서 시작합니다.

왜 신화부터인가. 신화는 사실의 기록이 아닙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겼는지의 기록이고, 놀랍게도 신화가 가리키는 방향이 고고학이 밝혀낸 방향과 상당 부분 일치합니다. 이 강의 마지막에서 그 겹침을 확인합니다.

와인의 기원에 관한 신화는 크게 입니다.

1. 노아는 왜 포도나무를 심었나요?

구약 성경 창세기의 기록입니다.

대홍수가 끝난 뒤, 노아가 포도나무를 심고 와인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와인에 취해 장막에서 잠들었고, 그 장면을 두고 아들들 사이에 일이 벌어집니다.

이 이야기가 와인사에서 갖는 의미는 두 가지입니다.

  1. 인류가 다시 시작하는 자리에 포도나무가 있었다는 것. 홍수 이후 노아가 가장 먼저 한 일이 농사이고, 그 농사가 포도였습니다
  2. 취함에 대한 최초의 기록 중 하나라는 것. 성경은 이 장면을 미화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주장이 하나 붙습니다.

알아두기

노아의 방주가 멈춰 선 곳을 아라랏(Ararat) 산맥으로 봅니다. 오늘날 터키와 아제르바이잔 사이, 아르메니아 고원 일대입니다. 이 해석에 근거해 조지아는 자신들이 와인의 원조라고 주장합니다.

⚠️ 다만 정확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아라랏 산맥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현재 터키령입니다. 「노아 = 조지아」는 성경 해석과 국경 현실을 함께 봐야 하는 주장입니다.

그럼에도 이 주장은 근거가 없지 않습니다. 고고학이 가리키는 최초의 산지가 실제로 이 일대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강에서 그 증거를 봅니다.

2. 디오니소스는 왜 두 번 태어났나요?

그리스 신화의 디오니소스(Dionysus), 로마 신화에서는 바쿠스(Bacchus) 입니다.

그런데 탄생 이야기가 두 가지입니다. 이것이 이 강의 핵심입니다.

첫 번째 탄생설 — 세멜레의 아들

제우스가 테베의 공주 세멜레(Semele) 와 관계를 맺어 아이를 잉태하게 합니다.

이를 질투한 제우스의 정실 헤라가 세멜레의 늙은 유모로 변장해 접근합니다. 「제우스가 가짜일지 모르니 진짜 모습을 보여 달라고 하라」고 부추깁니다.

제우스의 본모습은 번개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그것을 보면 죽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이미 약속한 뒤였습니다. 세멜레는 번개에 타 죽습니다.

제우스는 세멜레의 태중에 있던 아이를 꺼내 자신의 허벅지에 넣어 키웁니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디오니소스입니다.

두 번째 탄생설 — 페르세포네의 아들

디오니소스가 제우스와 지하세계의 여왕 페르세포네(Persephone)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판본입니다.

헤라가 다시 그를 죽이기로 하고, 어린 그를 장난감으로 꾀어내 타이탄족에게 넘깁니다. 그들은 심장만 남기고 그를 먹어 버립니다. 이를 알게 된 제우스가 그 심장을 가져다 세멜레에게 잉태시켜, 세멜레에게서 다시 태어나게 합니다.

⚠️ 이 두 번째 판본은 관계가 복잡해집니다. 다른 신화에 따르면 페르세포네는 제우스와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 사이의 딸이고, 훗날 제우스의 형인 하데스의 아내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첫 번째 이야기가 더 널리 퍼져 있습니다.

그런데 두 판본 모두 그는 두 번 태어납니다

첫 번째에서는 세멜레의 태 → 제우스의 허벅지, 두 번째에서는 페르세포네 → 세멜레입니다.

여기서 집필자의 해석이 나옵니다.

핵심

「두 번 태어난다는 것은, 와인을 만들 때의 양조와 숙성 두 과정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또는 포도가 와인으로 바뀌는 것 자체를 뜻하는 것이 아닐까.」

이것은 집필자 고유의 해석입니다. 정설로 확립된 학설이 아니라는 점을 밝혀 둡니다. 다만 와인이 두 단계를 거쳐 완성된다는 사실과 신화의 구조가 겹친다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합니다. 발효로 한 번, 숙성으로 또 한 번 — 와인은 실제로 두 번 태어납니다.

그는 어디서 와인을 배웠나요?

탄생설은 둘인데 성장기는 비슷합니다.

제우스는 헤라의 눈을 피해 니사(Nysa) 라는 산에서 비의 요정(님프)들에게 그를 맡깁니다. 그가 포도 재배와 양조 기술을 발견한 것이 이곳이라고 전해집니다.

여기서 헤라의 저주가 한 번 더 작동합니다. 그를 미치게 만듭니다. 미쳐서 세상을 떠돌던 그를 레아 여신이 발견해 치료합니다. 이후 그는 아나톨리아(오늘날 소아시아) 등 여러 지역을 다니며 사람들에게 기술을 전수합니다. 신화는 그가 인도까지 갔다는 데까지 이어집니다.

성인이 되어 올림포스로 돌아올 때 그는 와인과 양조 기술을 가지고 갑니다. 신들이 기뻐했고, 그 포상으로 반신반인이던 그가 올림포스 신의 반열에 오릅니다. 포도와 포도주의 신이 된 것입니다.

니사산은 어디인가요? — 이 질문이 중요합니다

니사산의 위치에 대해서는 인도 · 에티오피아 · 이집트 · 아라비아 · 시리아 등 여러 설이 있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핵심

이 모든 후보지가 그리스보다 동쪽에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 자신이 「와인은 동쪽에서 왔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신화가 자기 문화의 기원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이 대목은 다음 강의 고고학 증거와 정확히 맞물립니다.

한 가지 더. 다른 설에 따르면 디오니소스 이전에 이미 포도와 양조 기술이 인간 세계에 있었고, 그는 그것을 발전시키고 확산시켰을 뿐입니다. 이 판본을 따르면 와인을 만든 것은 신이 아니라 사람이 됩니다.

3. 잠쉬드 대왕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페르시아(오늘날 이란)의 전설입니다. 페르시아의 네 번째 왕 잠쉬드(Jamshid) 시절의 이야기로, 시인 피르다우시(Firdausi) 가 쓴 서사시 『샤나메(Shahnameh)』 에 나옵니다.

왕의 총애를 잃고 하렘에서 쫓겨난 한 여인이 낙담해 왕의 창고에 들어가, 「독」이라 적힌 항아리의 액체를 마십니다.

그런데 죽지 않았습니다. 알아보니 그것은 상해서 먹지 못하게 된 포도들을 모아 두었던 용기의 액체 — 즉 자연 발효된 와인이었습니다.

여인이 왕에게 이 사실을 고했고, 왕도 맛을 본 뒤 좋아하여 그녀를 다시 부인으로 삼았다고 전합니다. 이 전설을 따르면 와인의 발명자는 잠쉬드 대왕과 그의 여인이 됩니다.

주의

⚠️ 이 이야기에는 다른 판본도 전해집니다. 다만 어느 판본이든 설화이며, 실제 사건의 기록이 아닙니다.

『샤나메』는 한 사람이 쓴 가장 긴 서사시로도 유명합니다. 이 서사시에 따르면 잠쉬드 대왕은 무기 제조, 직조와 염색, 벽돌집 건축, 귀금속 채굴, 향수와 와인 제조, 제약, 항해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발명을 백성에게 남겼습니다. 집필자의 표현으로는 「우리로 치면 세종대왕 같은 성군」 입니다.

이 신화가 다른 둘과 다른 점. 노아와 디오니소스는 신 또는 신에 가까운 존재가 와인을 가져왔다고 말합니다. 잠쉬드 이야기는 사람이 우연히 발견했다고 말합니다. 이 「우연한 발견」의 구조는 다음 강에서 다룰 인간 발견설과 정확히 같은 모양입니다.

이집트의 오시리스는 어떻게 연결되나요?

신화 셋 바깥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이집트에는 오시리스(Osiris) 가 있었습니다. 죽음과 부활의 신이자 농업과 풍요의 신입니다.

문명 무엇을 관장하나
이집트 오시리스 죽음과 부활 · 농업과 풍요
그리스 디오니소스 포도와 와인 · 풍요 · 축제
로마 바쿠스 (= 리베르) 위와 같음

학자들의 주류 이론은 이집트의 오시리스 전설이 그리스로 넘어가 그리스 문명과 융합되면서 디오니소스 신화가 탄생했다는 것입니다. 즉 오시리스와 디오니소스를 사실상 하나로 봅니다.

같은 신이 이름을 바꿔 가며 서쪽으로 이동한 것이고, 이것은 앞서 본 와인의 전파 경로 — 이집트·페니키아 → 그리스 → 로마 — 와 정확히 같은 방향입니다.

핵심

신이 간 길과 포도나무가 간 길이 같습니다. 이것이 이 강에서 가장 중요한 관찰입니다.

성서에서 와인은 어떤 자리에 있나요?

기독교 전통에서 와인은 두 개의 결정적인 장면에 놓여 있습니다.

장면 내용 남은 것
가나의 혼인 잔치 예수의 공생애 시작을 알리는 첫 기적이 물로 포도주를 만든 것 잔치와 와인의 결합
최후의 만찬 「내 피로 기억하라」며 포도주를 나눔 오늘날까지 성찬 예식으로 이어짐

이 두 장면이 유럽 와인사의 실질적 토대가 됩니다. 미사에 와인이 필요했기 때문에, 로마가 무너진 뒤 1,000년 동안 수도원이 포도밭을 지켰습니다. 부르고뉴의 밭 구획이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것이 그 결과입니다.

알아두기

종교가 와인을 어떻게 지켰는지는 교양 과정에서 다뤘습니다. → 교양 4강 · 와인의 역사

세 신화를 합치면 무엇이 보이나요?

세 신화가 가리키는 지점을 지도 위에 찍어 봅니다.

신화 가리키는 곳
노아 아라랏 산맥 — 코카서스 남쪽
디오니소스 니사산 — 그리스보다 동쪽 (인도·이집트·아라비아·시리아)
잠쉬드 페르시아 (오늘날 이란)

세 점이 한 덩어리를 이룹니다. 코카서스와 그 남쪽·동쪽입니다.

그리고 집필자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핵심

와인이 조지아·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의 코카서스 3국에서 시작되어, 메소포타미아 문명인 페르시아를 거쳐, 이집트인과 페니키아인에 의해 크레타섬을 지나 그리스와 지중해 양안으로 전파되었다는 오늘날의 고고학적 정리와 일치합니다. 즉 이 전설들 속에 사실과 진실이 담겨 있는 셈입니다.

신화를 재미로만 보거나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신화는 사실의 기록은 아니지만 기억의 기록이고, 기억은 종종 사실의 방향을 보존합니다.

다만 신화는 답이 아닙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음 강이 필요합니다 — 가설과 과학입니다.

이 강의 요점

  1. 와인의 기원 신화는 셋이다 — 구약의 노아, 그리스의 디오니소스(로마의 바쿠스), 페르시아의 잠쉬드 대왕.
  2. 디오니소스는 두 판본 모두에서 두 번 태어난다. 집필자는 이를 양조와 숙성이라는 두 과정의 상징으로 읽는다. 정설이 아니라 집필자 고유의 해석이다.
  3. 디오니소스가 와인을 배운 니사산의 후보지는 전부 그리스보다 동쪽이다. 그리스 신화 자신이 「와인은 동쪽에서 왔다」고 말하고 있다.
  4. 이집트 오시리스와 그리스 디오니소스를 사실상 같은 신으로 보는 것이 학자들의 주류 이론이다. 신이 간 길이 포도나무가 간 길과 같다.
  5. 세 신화가 가리키는 곳이 한 덩어리를 이룬다 — 코카서스와 그 남쪽·동쪽. 이것은 고고학이 밝혀낸 방향과 일치한다.

이어서 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