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고르는 법 — 마셔보지 않은 와인에서 실패를 줄이는 기준 1가지
와인을 고르는 일이 어려운 이유는 하나입니다. 마셔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데, 마셔 보려면 사야 합니다.
세상에 나와 있는 와인은 수만 종입니다. 그중 내가 마셔 본 것은 몇십 종입니다. 나머지는 전부 「모르는 와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기준을 만들어 씁니다. 문제는 그 기준 대부분이 생각만큼 잘 맞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마셔보지 않은 와인은 무엇을 보고 골라야 하나요?
사람들이 실제로 쓰는 기준은 대략 여덟 가지입니다. 하나씩 짚어 보겠습니다.
| 흔히 쓰는 기준 | 한계 |
|---|---|
| 라벨이 예뻐서 | 디자인 비용과 와인 품질은 별개의 지출입니다 |
| 매장 직원 추천 | 직원의 취향·재고·마진 사정이 섞입니다 |
| 지인 추천 | 그 사람 입맛이지 내 입맛이 아닙니다 |
| 평론가 점수 | 점수가 붙은 와인 자체가 전체의 일부입니다 |
| 예전에 마셔 본 것 | 같은 와인만 반복하게 됩니다 |
| 할인 폭이 커서 | 원래 가격이 얼마였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
| 유명인이 좋아한다고 해서 | 그 사람이 그 병을 골랐다는 근거가 대개 없습니다 |
| 그냥 감으로 | 근거가 없으니 반복해서 쓸 수 없습니다 |
여덟 개 모두 틀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다음번에도 똑같이 쓸 수 있는 기준인가를 물으면 대부분 남지 않습니다.
매장 직원 추천은 믿을 만한가요?
사람에 따라 편차가 큽니다.
와인을 깊이 공부한 직원이라면 좋은 안내를 받습니다. 하지만 손님 입장에서는 그 직원이 어느 쪽인지 미리 알 방법이 없습니다. 게다가 매장에는 재고 사정이 있습니다. 오래 남은 물건을 먼저 권하게 되는 구조가 어디에나 조금씩은 있습니다.
직원 추천을 쓰실 거라면 질문을 바꾸시는 편이 낫습니다. 「무엇이 맛있나요」 대신 「이 가격대에서 최근에 잘 나간 것이 무엇인가요」 라고 물으면, 취향이 아니라 판매 데이터가 답으로 나옵니다.
평론가 점수가 없는 데일리 와인은 어떻게 고르나요?
여기가 진짜 문제입니다.
평론가 점수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다만 점수가 매겨지는 와인은 대체로 고가군에 몰려 있습니다. 매일 마시는 1~3만 원대 와인 중에는 애초에 점수가 붙어 있지 않은 것이 훨씬 많습니다.
점수 체계 자체가 궁금하시면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 와인 점수 100점 체계는 어떻게 읽는가
데일리 가격대에서 반복해서 쓸 수 있는 기준은 하나 남습니다. 품평회 수상 이력입니다.
라벨의 금메달·은메달 스티커는 무슨 뜻인가요?
국제 와인 품평회에서 받은 상입니다.
병목이나 앞면에 붙은 동그란 금색·은색 스티커가 그것입니다. 여기에는 대개 품평회 이름 · 수상 연도 · 등급이 함께 적혀 있습니다.
이 스티커가 다른 기준보다 나은 점은 세 가지입니다.
| 장점 | 내용 |
|---|---|
| 블라인드 심사 | 라벨을 가린 상태에서 평가합니다. 브랜드값이 개입하기 어렵습니다 |
| 복수 심사위원 | 한 사람의 입맛이 아니라 여러 명의 평균입니다 |
| 연도가 찍힙니다 | 어느 해 와인으로 받은 상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단, 확인하실 것이 하나 있습니다. 스티커에 적힌 수상 연도(빈티지)와 지금 사는 병의 빈티지가 같은지를 보셔야 합니다. 상은 특정 해에 만든 와인에 주어지는 것이지, 그 와이너리 전체에 영구히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세계 5대 와인 품평회는 어디인가요?
흔히 다섯 곳이 함께 거론됩니다.
| 품평회 | 개최국 | 메모 |
|---|---|---|
| AWC Vienna | 오스트리아 | 2015년 기준 출품 약 14,000종으로 규모가 가장 컸습니다 |
| IWC (International Wine Challenge) | 영국 | |
| Berlin Wine Trophy | 독일 | 아시아 와인 트로피와 같은 계열의 규정을 씁니다 |
| DWWA (Decanter World Wine Awards) | 영국 | 와인 매체 디캔터가 주관합니다 |
| IWSC | 영국 | 주류 전반을 함께 다룹니다 |
AWC Vienna를 제외한 나머지도 2015년 기준 대략 10,000여 종 규모였습니다. 지금은 회차마다 규모가 달라지므로, 사실 확인이 필요하시면 각 품평회의 당해 발표 자료를 보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 와인 트로피는 대전에서 개최되며, 2015년 기준 30여 개국 3,500여 종이 출품되고 20여 개국 120여 명의 심사위원이 참여했습니다. 당시가 개최 3년째였습니다.
심사위원은 어떤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나요?
대부분의 국제 품평회는 OIV(국제와인기구)와 UIOE(세계양조가협회)의 규정을 따릅니다.
점수는 100점 만점 환산으로 매기고, 등급 커트라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2015년 기준 Berlin Wine Trophy 계열 규정입니다.
| 점수 | 등급 |
|---|---|
| 92점 이상 | Grand Gold (대금상) |
| 85점 이상 | Gold (금상) |
| 82점 이상 | Silver (은상) |
심사 진행 방식도 규정으로 묶여 있습니다.
| 항목 | 규정 |
|---|---|
| 팀 구성 | 6~7명이 한 팀 |
| 집계 | 최고점과 최하점을 뺀 나머지의 평균 |
| 편차 조율 | 점수 차가 크면 서로 이유를 말하게 해 기준을 맞춥니다 |
| 시작 와인 | 매 회차 첫머리에 기준 조율용 와인(Initiation wine)을 먼저 시음합니다 |
| 하루 분량 | 3~4 flight · 1회 최대 17종 · 하루 최대 60종 |
| 1종당 평가 시간 | 5분 이내 |
| 기간 | 통상 4일 |
| 세트 구성 | 같은 국가·같은 품종끼리 묶어서 평가 |
마지막 항목이 중요합니다. 프랑스 카베르네 소비뇽 다음에 독일 리슬링을 놓으면 앞의 와인이 뒤의 와인을 왜곡합니다. 그래서 국가와 품종을 맞춰 묶습니다.
왜 82점을 넘어도 상을 못 받는 와인이 있나요?
시상 물량에 상한이 있기 때문입니다.
규정상 상은 출품작의 30%까지만 줍니다.
| 상황 | 결과 |
|---|---|
| 82점 이상이 출품작의 40%였다 | 상위 30%까지만 수상. 나머지는 점수를 넘겨도 탈락 |
| 82점 이상이 출품작의 20%였다 | 20%만 시상. 30%를 채우려고 미달작을 올리지 않습니다 |
즉 수상작은 「합격선을 넘은 와인」이 아니라 「그 회차에서 상위 30% 안에 든 와인」 입니다. 경쟁률이 반영된 결과라는 뜻이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래서 더 쓸 만한 신호가 됩니다.
지역 품평회 수상작도 믿을 만한가요?
규정을 공개하는 곳인지를 먼저 보십시오.
품평회는 세계 각지에 매우 많습니다. 그중에는 출품비만 내면 대부분 상을 주는 곳도 있습니다. 구분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 확인할 것 | 신뢰할 만한 품평회 |
|---|---|
| 심사 규정 | OIV·UIOE 등 근거 규정을 밝힙니다 |
| 시상 상한 | 몇 %까지 주는지 공개합니다 |
| 심사위원 명단 | 이름과 소속이 공개됩니다 |
| 블라인드 여부 | 명시되어 있습니다 |
| 출품 수 | 회차별 출품 종수를 공개합니다 |
이 다섯 가지가 홈페이지에서 확인되면 규모가 작아도 참고할 가치가 있습니다. 반대로 하나도 안 보이면 스티커의 의미가 크지 않습니다.
정리 — 한 줄로 남기면
마셔 보지 않은 와인에서 실패를 줄이는 가장 반복 가능한 기준은 「규정이 공개된 품평회의 수상 이력」입니다.
정답을 보장하는 기준은 아닙니다. 심사위원 여럿의 평균이 내 입맛과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다음에도 똑같이 쓸 수 있는 기준이라는 점에서, 라벨 디자인이나 그날의 감보다는 훨씬 오래갑니다.
여기에 하나만 더 붙이시면 좋습니다. 어떤 음식과 함께 마실지를 먼저 정하는 것입니다. 같은 와인도 무엇과 먹느냐에 따라 평가가 뒤집힙니다.
만 19세 미만은 주류를 구매할 수 없습니다. 지나친 음주는 건강에 해롭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