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조용 포도 — Vitis vinifera 라는 한 종에서 시작한다

와인 강의에서 가장 먼저 바로잡는 오해가 이것입니다.

핵심

와인은 먹는 포도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와인을 만드는 데 적합한 품종과, 생식·주스·잼에 맞는 품종은 서로 다른 종(種) 입니다. 우리가 마시는 와인은 사실상 전부 양조용 포도로 만들어집니다. 이것만 기억해도 라벨의 절반이 읽힙니다.

식용 포도로는 와인을 못 만드나요?

만들 수는 있습니다. 다만 와인다운 와인이 나오지 않습니다.

양조용 포도 식용 포도
학명 Vitis vinifera (유럽종) Vitis labrusca 등 (미국종·교배종)
알 크기 작다 크다
껍질 두껍다 얇다
많다 적거나 없다
당도 수확 시 뚜렷하게 높다 낮다
쓰임 와인 생식 · 잼 · 주스 · 건포도

차이는 「어디에 유리하게 자랐는가」입니다. 식용 포도는 크고 달고 씨 없이 먹기 좋게, 양조용 포도는 껍질과 씨의 비율을 높이고 당도를 끌어올리는 쪽으로 갈라져 왔습니다. 3강에서 본 대로 색·탄닌·향이 모두 껍질에 있으니, 알이 작고 껍질이 두꺼운 쪽이 와인에 유리합니다.

핵심

원문 교정. 이 대목을 「양조용 포도는 식용 포도보다 당도가 대개 2배 이상」이라고 설명해 온 자료가 많습니다. 품종과 수확 시점에 따라 편차가 커서 배수로 못박기 어렵습니다. 「수확 시 당도가 뚜렷하게 높다」 정도가 정확합니다.

포도 품종은 몇 종이나 되나요?

1만 종 이상으로 추정합니다. 다만 이 숫자는 기준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같은 포도가 나라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아서, 이름의 수를 세느냐 유전적으로 다른 것을 세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이름까지 다 세면 2만 개를 넘긴다는 집계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총수가 아닙니다. 이 중 와인 생산에서 실제로 의미 있게 쓰이는 것은 대략 50~150여 종 이고, 국제 시장에서 이름이 통하는 것은 20종 남짓입니다. 그러니 외울 대상은 처음부터 한정돼 있습니다.

같은 포도의 이름이 나라마다 어떻게 갈라지는지는 발칸 품종 계보 — 이름은 다른데 같은 포도 → 에 실례를 정리해 두었습니다.

와인의 성격은 무엇이 결정하나요?

영향력의 순서가 있습니다.

핵심

포도 품종 > 생산지 > 빈티지 > 브랜드(생산자)

품종의 특성이 와인의 맛과 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들면 어디서 만들어도 카베르네 소비뇽다운 골격이 남습니다.

그 다음이 생산지입니다. 여기서 나오는 말이 떼루아(Terroir) 입니다.

핵심

떼루아 — 포도와 와인을 만들어 내는 자연 환경 전체. 토양·기후·일조·경사·바람, 그리고 그 땅에서 이어져 온 재배 관행까지 포함합니다.

같은 카베르네 소비뇽이 보르도에서와 칠레에서 다르게 나오는 이유가 떼루아입니다. 품종이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를 정하면, 떼루아가 「어떤 성격으로 나올 것인가」를 정합니다.

지역마다 재배하는 품종이 왜 다른가요?

포도마다 맞는 토양과 기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 카베르네 소비뇽은 배수가 잘되는 따뜻한 자갈 토양에서 잘 자랍니다. 늦게 익는 만생종이라 따뜻한 곳이 필요합니다.
  • 메를로는 비교적 서늘한 점토 토양을 좋아합니다. 일찍 익는 조생종입니다.
  • 리슬링은 추위를 잘 견딥니다. 그래서 독일·알자스가 주무대입니다.

한 밭에서 아무 품종이나 심는 것이 아니라, 그 땅이 받아 주는 품종이 정해져 있는 것입니다. 유럽의 산지 이름이 곧 품종 이름처럼 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블렌딩과 단일 품종은 무엇이 다른가요?

프랑스 안에서도 두 철학이 나뉩니다.

블렌딩 와인 (Blending) 단일 품종 와인 (Varietal)
방식 여러 품종을 섞는다 한 품종만 쓴다
대표 보르도 부르고뉴
노림수 품종끼리 약점을 메운다 품종과 밭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카베르네 소비뇽 + 메를로 + 카베르네 프랑 피노 누아 100%

보르도가 섞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카베르네 소비뇽의 거친 탄닌을 메를로의 부드러움이 완화해 줍니다. 해에 따라 잘 익은 품종의 비율을 늘려 작황의 기복을 줄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부르고뉴가 섞지 않는 이유도 분명합니다. 밭의 차이를 보여 주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품종을 섞으면 밭의 차이가 흐려집니다.

어느 쪽이 우월한 것이 아닙니다. 목표가 다릅니다.

라벨에 품종 이름을 쓰려면 몇 %가 필요한가요?

나라마다 다릅니다. 여기가 흔히 잘못 알려지는 대목입니다.

라벨 전면에 품종명을 적는 방식을 버라이탈 라벨(Varietal Label) 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75% 이상」은 미국 연방 규정의 기준이고, 다른 나라는 다릅니다.

나라 품종명 표기 최소 비율
미국 75% 이상 (일부 주는 더 엄격)
EU 일반 규정 85% 이상
호주 · 뉴질랜드 85% 이상
칠레 85% 이상 (수출용 기준)

핵심

원문 교정. 「75% 이상, 프랑스는 100%」라는 설명이 오래 쓰여 왔습니다. 75%는 미국 기준이고, 프랑스를 포함한 EU 는 85% 선입니다. 다만 알자스처럼 개별 산지 규정이 100%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프랑스는 100%」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나라와 산지마다 다르다」가 정확한 답입니다.

이 방식은 미국에서 시작됐습니다. 미국의 와인 저술가 프랭크 슈메이커(Frank Schoonmaker, 1905~1976) 가 유럽식 지역명 대신 포도 품종 이름을 라벨에 쓰도록 권장했고, 로버트 몬다비가 이를 본격적으로 적용했습니다. 소비자가 알아보기 쉬웠기 때문에 큰 호응을 얻었고, 신세계 와인 라벨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국제 품종과 지역 품종은 어떻게 다른가요?

국제 품종 지역 품종(토착 품종)
정의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재배 특정 지역에서 주로 재배
카베르네 소비뇽 · 메를로 · 샤르도네 · 소비뇽 블랑 네비올로·산지오베제(이탈리아), 템프라니요(스페인), 페테아스카 네아그라(루마니아)
장점 이름만으로 대략의 맛이 짐작된다 그곳에서만 나오는 개성

국제 품종이 더 좋은 포도라는 뜻이 아닙니다. 옮겨 심어도 잘 자라고 시장에서 이름이 통한다는 뜻일 뿐입니다.

대표적인 국제 품종 — 레드

품종 특징 향과 맛 주요 산지
카베르네 소비뇽
「레드 와인의 황제」
껍질이 두껍고 색이 짙다. 알이 작고 씨가 많다. 배수 좋은 자갈 토양. 만생종 풍부한 탄닌, 단단한 골격. 까시스·붉은 과일·후추. 어릴 때 떫고 강하나 숙성될수록 복합적으로 발전 프랑스 보르도(특히 메독) · 캘리포니아 · 칠레 · 호주 · 남아공
메를로
「허물없는 친구」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알이 굵다. 서늘한 점토 토양. 조생종 탄닌이 섬세해 부드럽고 풍만하다. 제비꽃·딸기. 카베르네 소비뇽의 거친 면을 완화 보르도(생테밀리옹·포므롤) · 캘리포니아 · 칠레
카베르네 프랑
「꼭 필요한 조연」
카베르네 소비뇽과 비슷하나 가볍고 산미·탄닌이 적다 블렌딩에서 복합적인 아로마를 만든다 보르도 블렌딩 · 루아르
피노 누아
「레드 와인의 여왕」
재배가 까다롭다. 부르고뉴가 원산. 샴페인의 주요 품종 껍질이 얇아 탄닌은 높지 않다. 신맛과 딸기·체리·장미·바이올렛 부르고뉴 · 샹파뉴 · 오리건 · 뉴질랜드
시라 / 쉬라즈 프랑스 론이 원산. 짙은 색, 풍부한 알코올. 호주에서는 쉬라즈 탄닌이 풍부하나 부드럽다. 후추·허브·향신료·올리브·감초 프랑스 론 · 프로방스 · 호주 · 칠레

그 밖에 말벡, 프티 베르도, 그르나슈(=가르나차), 카르메네르, 진판델, 산지오베제, 네비올로, 바르베라, 네로 다볼라, 템프라니요, 페테아스카 네아그라 등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국제 품종 — 화이트

품종 특징 향과 맛 주요 산지
샤르도네
「화이트 와인의 여왕」
추위를 잘 견디고 수확량도 많은 조생종. 세계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는 청포도 매력적인 산도. 감귤·흰 복숭아·열대 과일·미네랄. 오크와 잘 맞아 버터·구운 빵 향이 더해진다 부르고뉴 · 샹파뉴 · 캘리포니아 · 호주 · 칠레
리슬링
「포도의 귀족」
독일 원산. 추위에 강한 만생종. 알자스는 드라이, 독일은 스위트 꽃향기·푸른 사과·감귤. 숙성될수록 복합적. 오크 숙성을 거의 하지 않는다 독일 모젤 · 프랑스 알자스 · 호주
소비뇽 블랑
「발랄한 소녀」
샤르도네보다 가볍고 산뜻하다 신선하고 상쾌한 드라이 화이트. 레몬·아스파라거스·허브 등 식물성 향이 특징 보르도 · 루아르 · 뉴질랜드 · 칠레
피노 그리 / 피노 그리조 피노 누아의 변종. 과피 색이 독특하다 풍부한 알코올, 적당한 산도. 풀·꽃·배·사과·멜론·견과 알자스 · 이탈리아 북부 · 미국 오리건

그 밖에 베르멘티노, 아이렌, 모스카토(=뮈스카), 페테아스카 알바, 페테아스카 레갈라 등이 있습니다.

구대륙과 신대륙은 무엇으로 갈리나요?

구대륙 (Old World) 신대륙 (New World)
어디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독일 등 유럽 + 조지아·중동부 유럽 미국·칠레·아르헨티나·호주·뉴질랜드·남아공 등
언제부터 고대~중세 15~17세기 대항해 시대 이후
라벨 산지 이름 중심 품종 이름 중심
성격(경향) 산도와 흙 냄새, 절제된 과실 과실 향이 전면에

「경향」이라고 적은 이유가 있습니다. 요즘은 이 구분이 많이 흐려졌습니다. 신대륙에도 절제된 스타일이 많고, 유럽에도 과실 향이 전면에 나오는 와인이 많습니다. 입문 단계의 지도로만 쓰고, 단정에는 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토착 품종을 직접 확인해 보려면?

국제 품종은 어디서든 만날 수 있습니다. 토착 품종은 그렇지 않습니다.

와인 품종 성격
프라호바 밸리 페테아스카 네아그라 페테아스카 네아그라 「검은 여인」. 루마니아 대표 적포도
부두레아스카 클래식 페테아스카 네아그라 페테아스카 네아그라 데알루 마레 DOC
프라호바 밸리 페테아스카 알바 페테아스카 알바 「하얀 여인」. 열대 과일 향에 상큼한 산도
브리스테나 타마이오아사 로마네아스카 타마이오아사 로마네아스카 「향기로운 루마니아인」. 자스민·배·복숭아

이 강의 요점

  1. 와인용 포도(Vitis vinifera)와 식용 포도(Vitis labrusca 등)는 다른 종입니다. 알이 작고 껍질이 두껍고 당도가 높은 쪽이 와인에 유리합니다.
  2. 품종은 1만 종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실제로 의미 있게 쓰이는 것은 50~150여 종입니다. 외울 대상은 처음부터 한정돼 있습니다.
  3. 품종 > 생산지 > 빈티지 > 생산자 순으로 와인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생산지의 자연 환경 전체를 떼루아라고 합니다.
  4. 라벨에 품종명을 쓰는 최소 비율은 나라마다 다릅니다. 미국 75%, EU 85%가 기준선이며 개별 산지 규정은 더 엄격할 수 있습니다.
  5. 구대륙과 신대륙 구분은 입문용 지도입니다. 요즘은 스타일 차이가 많이 흐려져 단정에는 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